주한미군이 1일 한국인 근로자와 각종 용역·건설 계약의 축소 방침을 밝힌 것은 방위비 분담금 삭감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분담금 규모에 대한 불만이 가득 배어있다. 사전배치물자의 축소 가능성 등은 한미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임에도 찰스 캠벨 미8군 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이 용산 주한미군사령부에서 ‘포고문’ 형식의 짤막한 발표문만 읽은 채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않고 급히 자리를 뜬 데서도 이런 불만이 읽혀진다.
미국측의 문제제기로 일단 방위비 분담협상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서울에서 7,469억원이던 지난해 분담금을 6,900억원으로 삭감하는 내용으로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한 뒤 공식발표만 남겨둔 상태다. 하지만 지난달 말까지 확답을 주겠다던 미국측이 갑작스레 일방적으로 ‘협박성’ 조치를 내놓은 데 대해 우리측도 즉각 반발, 협상의 이른 타결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미국은 과거 독일과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할 때도 이 같은 행태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적인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측이 감축의사를 밝힌 한국인 근로자 1,000명의 연봉을 1인당 5,000만원 정도로 추산할 때 근로자 감축에 따른 주한미군의 비용절감 효과는 약 500억원. 600억원 가량의 방위비분담금 삭감액을 고려한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캠벨 사령관은 전시증원전력이 활용할 사전배치물자와 지휘통제(C4)장비를 축소할 뜻도 비춰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대한 불만 외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있다. 지난해 주한미군 감축협상에서도 미측은 이라크로 차출되는 미2사단 2여단의 장비 등 사전배치물자는 한국에 남긴다는 점을 확실히 한 바 있다. 특히 한미연합 전력의 핵심으로 우리 군이 사실상 미군측에 의존하고 있는 C4장비의 지원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한미동맹의 근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한미 동맹 갈등의 연장선에서 해석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국이 동북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최근 청와대 발표에 대해 미국의 일부 보수층이 ‘동북아에서 일본과 결별하고 중국과 전략적 관계를 맺겠다’는 전략으로 몰아부친 것과 관련이 없지않다는 풀이다. 주한미군의 이번 조치는 독자노선 움직임을 보이는 한국측에 대한 경고메시지인 셈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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