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자꾸만 꼬여가고 있다. 5일의 공식 발표에 앞서 주일 한국대사관이 사전 입수한 일본 중학교용 교과서 검정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이 편찬한 역사교과서와 공민교과서의 문제 내용이 거의 수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정확한 분석이 끝나진 않았지만 정말 이대로라면 한일 관계의 장래가 크게 우려된다.
역사교과서 검정에서 사실 관계의 왜곡이 아닌, 역사 해석이나 역사관이 문제라면 우선 집필자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건 하나의 원칙일 수 있다. 잘잘못은 시장이 가릴 것이고, 잘못된 역사 교육으로 학생들이 왜곡된 역사 인식을 갖게 된다고 해도 그것은 그들의 불행일 뿐이다.
그러나 한일 관계의 역사적 특수성 앞에서 이런 원칙은 허용되지 않는다. 일본 역사에 그치지 않고, 한국 역사에 관계된 내용이라면 서술의 자유보다는 배려와 절제의 의무가 앞서야 한다. 그런 배려와 절제가 가해의 역사를 가진 정부가 역사교과서 검정에서 적용해야 할 기본 잣대이다. 역대 일본 정부가 밝혀 온 ‘사죄와 반성’이 빈말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강조한 공민교과서의 문제는 더하다. 국민의 반일감정이 분출하고 있고, 독도 문제가 단순한 영토 문제가 아니라 역사 문제로서 인식되고 있는 한국 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수정 방안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도 예고된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그것이 양국 관계의 장기 진통을 예고한다. 우리는 조기 정상회담 등의 대화를 통해 ‘외교 전쟁’ 우려가 씻기기를 바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장기 대결이 불가피하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지나친 감정 분출과 여론 자극을 위한 확대 해석이 금물인 것은 물론이다.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 등을 함부로 입 밖에 내는 경솔함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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