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은행大戰, 월례조회서 읽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은행大戰, 월례조회서 읽는다

입력
2005.04.02 00:00
0 0

매달 1일 오전, 은행권 종사자들의 시선은 은행장들의 입에 쏠린다. 월례 조회라는 형식을 빌어 내부 직원들에 대한 쓴 소리는 물론 향후 은행 경영 전략, 그리고 경쟁 은행에 대한 선전 포고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행내 월례 조회는 ‘은행 대전’의 판세를 엿볼 수 있는 무대가 됐다.

2·4분기를 시작하는 4월1일. 어김없이 주요 은행장들은 월례 조회 혹은 분기 조회를 통해 직원과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자화자찬도 많았지만 자기 비판을 통한 채찍질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 은행사를 돌이켜 보면 어느 은행도 최대 은행의 자리를 10년 넘게 지킨 적이 없다. 5개 은행과 카드회사가 합쳐진 국민은행이 제대로 뭉치지 못한다면 과연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 볼만 하다."(강정원 국민은행장)

"경쟁 은행들이 일제히 신한은행을 최대 라이벌이자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공략 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일면 자부심도 느낄 수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모든 역량을 쏟아서라도 반드시 앞서 나가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숨겨져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신상훈 신한은행장)

직원 조회를 통해 종종 새로운 화두가 제시되기도 한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이날 분기 조회에서 "모든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2차 산업은 2.5차 산업으로, 3차 산업은 3.5차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플러스 0.5 찾기’를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2차 금융 빅뱅’ ‘금융 대전’ ‘뱅크 워’ 등 상당히 전투적인 조어(造語)들도 그간 은행장 월례 조회의 작품이었다.

행내 행사에 불과했던 은행장의 월례 조회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데는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역할이 컸다. 김 전 행장은 행내 방송을 활용해 외부에 대해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 "인사 청탁을 엄단하겠다" 등 민감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금융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것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른 은행도 월례 조회 내용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공개하게 된 계기가 됐다.

시중은행과의 본격 경쟁을 선언한 강권석 기업은행장도 이날 "동원금융지주와의 제휴로 지점 부족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고 자신하는 등 월례 조회 경쟁에 가세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다른 은행과 달리 매달 10일께 월례 조회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제는 월례 조회가 고객들에 대한 기업설명회(IR)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타행 조회 내용도 꼼꼼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