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8㎝이상, 준수한 외모, 그리고 남자일 것.’
‘모델을 뽑나’ 싶겠지만 아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71·사진)의 음식수발을 들 서빙맨 선발 기준이다. 아르마니가 패션 인생 30주년 및 한국 내 아르마니 브랜드 전개 10주년을 기념해 2일 처음 내한할 예정이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패션 제왕’인 미스터 아르마니는 식사부터 수행요원의 옷차림에 이르기까지 ‘아르마니 매뉴얼’에 기초한 엄격한 의전양식을 요구, 초청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 관계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먼저 음식 서빙맨들의 경우 옷은 네루 칼라의 Y네크라인 티셔츠에 무릎 밑 10㎝ 기장의 검정색 에이프런을 둘러야 한다.
음식은 모두 검은색 사각형 트레이(손수레형 쟁반)를 이용해 서비스하되 음식접시는 3×3 또는 3×4 줄로 배열한다. 요리에 마늘과 버섯을 넣는 것은 절대 금물이며 스파게티에는 토마토 소스만 쓴다.
보디가드, 안내원은 물론, 주차요원까지도 블랙 아르마니 수트를 입어야한다. 아르마니 내한 기자회견 및 칵테일 리셉션 초청장은 자신의 이니셜 ‘GA’를 태극마크에서 따온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프린트한다. 본사의 엄격한 심사 아래 나라마다 다르게 제작되는 초청장은 중국에서는 용 문양, 일본에서는 붉은 대나무를 프린트한다.
숙소인 서울의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 로열스위트룸 역시 태극 콘셉트에 맞춰 숙소장식용 꽃과 방석도 빨간색과 파란색 쌍으로 준비한다. 매뉴얼은 꽃 종류도 지정하고 있다. 파란색 수국과 붉은색 버터플라이 오키드. 신세계 관계자가 양재동 꽃시장을 이 잡듯 뒤졌으나 찾지 못해서 대신 양란으로 대체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의 한 관계자는 "의전 매뉴얼이 워낙 방대하고 까다로워 준비에 진땀을 뺐다"면서도 "패션은 이미지를 파는 산업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자기 이미지에 대한 거의 집착에 가까운 완벽주의와 일관성 추구야말로 아르마니의 성공 비결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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