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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북한 인권 눈높이 맞추자

입력
2005.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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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최근 미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는 북한 핵과 인권문제를 동시 추구할 것이며 앞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더 강력히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상하원 만장일치로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이 법 규정대로 미국은 조만간 북한인권담당 특사를 임명하고 북한인권 증진 예산으로 북한 인권관련 국제회의도 열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인권공세 강도에 비례해서 북한의 반발도 거세질 것이고 그에 따라 6자회담 재개를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 전망도 매우 암담하다.

전지구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미국의 인권공세는 관련국 정부만을 상대로 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그 나라의 야당, 언론, 비정부기구(NGO) 및 일반 국민들과 적극적 관계를 맺고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퍼블릭 디플로머시’는 이처럼 외국정부가 아닌 외국 국민을 상대로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가치를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 등 보편적 가치의 확산 명분에는 반대하기 어렵지만 그 이면에 미국의 이익추구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도랑치고 가재도 잡겠다는 속셈일 텐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권공세에도 이런 셈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여기서 미국이 과연 진정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원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정책 철회, 평화공존 의지 확인 등을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인권 문제제기 등에 의한 체제 흔들기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한 보장이 없으면 북한을 6자회담장으로 끌어내기 힘들다. 미국은 중국에 북한 압박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오히려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해소해주지 않으려는 미국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중국도 북한 핵 제거에는 강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만 북핵 제거 후 북한체제가 붕괴되는 것은 자신들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 인권이나 민주주의 확산과 관련해 북한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거부한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 것은 자신들의 구호에 예외를 두지 않으면서도 나름대로 북한을 배려한 것이다. 미국은 여기서 조금 더 나가야 한다. 북한을 6자회담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또 강력한 대북 지렛대를 갖고 있는 중국의 협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인권 문제 등 북한의 우려사항에 대해 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시선을 북한으로 돌려보자.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를 외면할 수 있는가. 미국만이 아니다. 그동안 북한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유럽연합(EU)국가들도, 유엔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북한은 나름대로 자신들이 사회주의 도덕에 입각해 자본주의 국가들보다도 훨씬 더 우월한 인권과 도덕기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집단주의적 속성에서 개인의 자유와 인권 보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를 인정하고 넘어서야 한다. 핵 문제가 해결되고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면 북한체제는 어차피 필연적으로 이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인권 인식을 끌어올리는 것이 상책이다.

국제사회에는 지금 북한 인권상황과 관련해 온갖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미국의 북한 인권법 제정도 상당부분 탈북자들이 과장한 이런 소문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북한은 이제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인권상황을 공개하고 설명함으로써 인권 투명성을 높이고 국제사회와 인권의 눈높이를 맞춰가야 한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진정으로 북한 인권을 걱정한다면 북한의 눈높이에서 인권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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