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인사청문회 확대, 단계적으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인사청문회 확대, 단계적으로

입력
2005.04.01 00:00
0 0

한국의 장관들은 임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허망하게 물러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정에서 장관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문제 있는 장관을 신속히 교체하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나, 돌이켜 보면 사전 검증이 소홀히 이뤄지는 등 부적절한 사유에 기인된 교체가 적지 않았다. 참여정부에서도 상당수 장관이 이렇게 바뀌었다. 초기의 개각이 ‘코드 인사’에서 비롯된 국정운영의 혼란에 그 원인이 있었다면, 지금은 경륜과 능력 위주로 임명한 장관들의 도덕적 결함이 주요 교체 사유가 되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 우리처럼 평균 재임기간 1년을 채 못 채울 정도로 장관을 빈번히 교체하면, 정책과 행정의 연속성이 손상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이 3년 가까이 되는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는 이런 부작용이 드문 편이다. 더구나 후보에 대한 사전 검증이 철저한 관계로, 장관의 과거 비리가 뒤늦게 밝혀지거나 해서 옷을 벗는 사례는 좀처럼 없다. 미국에서는 백악관이 FBI 등을 통해 사전에 후보자의 능력과 배경 조사를 면밀히 실시하고 있고, 상원의 까다로운 인준절차를 통해서도 결격사유를 지닌 후보가 걸러지고 있다.

우리도 최근 4명의 장관이 도덕성과 청렴성 시비로 잇달아 물러난 사태와 관련, 정치권이 고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한다면 후보자를 공개적, 제도적으로 검증하게 되어 장관의 자질이나 도덕성에 대한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걸핏하면 장관을 교체하는 우리의 낡은 인사 관행을 타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장관의 임명과 교체에 한층 더 신중을 기함으로써 장관이 재임기간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는 검증을 통과한 장관에게는 정치적 승인을 해 줌으로써 업무 추진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대통령에게는 의혹이 제기된 후보의 내정을 자진 철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다만 청문회 과정에서 당리당략의 개입, 능력이나 자질과 무관한 개인 신상에 대한 집중 추궁, 청문회 기간의 장기화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될 수 있으므로, 제도 도입에 앞서 이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와 대비책이 요구된다. 미국의 청문회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치적 성숙도가 낮은 우리의 경우에는 이 같은 폐단이 더욱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정치실정을 고려 할 때, 청문회의 대상범위를 한꺼번에 너무 넓히기보다는 일단 국무위원들에 한해 실시하고, 결과를 보아가면서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단계를 밟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리고 현재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의 경우처럼, 해당 국무위원들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청문은 받되 인준은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위헌성 문제를 우회할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된다.

또한 청문회가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거나 여론재판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청문회 절차와 기간, 장관의 도덕적 기준, 질의의 구체적 범위와 같은 사항들을 관련 법규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밖에도 관련 의원들이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하려는 동기를 가져야만 청문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국회 청문회의 관문을 통과한 장관에게 상당한 재임 기간을 보장하는 의지가 요구된다. 장관이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3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국내외 관련 연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천오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