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국 정부의 강경 외교 기조에 대한 미국 언론의 시선이 썩 호의적이지 않다.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달갑지 않은 터에 더러는 교묘한 비틀기로 정부의 태도를 꼬집기까지 하고 있다. 더 다급한 북한 핵 문제를 제쳐두고 영토분쟁에 웬 호들갑이냐는 투다.
1970년대 시카고 트리뷴지 서울 특파원 출신 도널드 커크는 워싱턴의 무료신문 ‘이그재미너’에 기고한 글에서 "독도 소동은 한국의 이익과 생존에 훨씬 더 중요한 문제로부터 주의를 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사설에서 "일본 때리기는 아시안들에게 손쉽게 인기를 얻는 방법"이라며 한국 정부의 공세를 국내 정치용으로 보는 일본 언론에 노골적으로 동조했다.
이런 주장은 일본 망언 망동의 본질을 간과하거나 한일 간 과거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북한 핵 위협을 강조하는 시각에서 독도 문제가 공연한 분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미국적인 사고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서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땅 독도가 국제 문제화 할 경우 어떤 외교적 실익이 있는가를 새겨봐야 한다. 우리의 대응이 단지 일본을 규탄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주장의 정당성에 대한 국제 여론을 환기하는 것까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부담을 감수하면서 독도 문제를 알려야 한다면 보다 분명한 외교적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입장이 제대로 전파되지 않고 있다면 우리만 감정을 터뜨리는 셈이 된다.
외교적 실익은 감정의 폭발로 거둬지는 게 아니다. 국제적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이해와 치밀한 홍보전이 필요한 때다.
김승일 워싱턴 특파원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