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주의 외교정책으로 국제사회의 반발과 저항에 부닥치고 있는 미국의 외교가 부드러움을 앞세운 ‘여성 외교’로 바뀌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카렌 휴즈 국무부 대외홍보담당 차관, 마거릿 스펠링 교육부 장관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보수적 남성 각료가 지배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미국 외교의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가고 있다.
여성들이 외교 무대 전면에 등장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자유의 확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힘보다는 부드러움이 필요하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로라 여사의 행보가 우선 눈에 띈다. 로라는 30일 미 언론도 눈치채지 못하게 극비리 아프가니스탄을 찾았다. 로라는 6시간 동안 머물며 자신의 ‘전공’분야인 여성과 교육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1,500만 달러를 들여 대학을 세우고 여성들에게 장학금과 기숙사 시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로라의 발언은 과거 탈레반 정권 아래서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아프간 여성들의 마음을 사 미국의 점령이 정당하다는 여론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휴즈 차관과 스펠링 장관이 앞서 아프간을 찾은 것도 같은 이유다.
"결코 정치적인 활동이나 발언은 하지 않겠다"며 남편 내조만을 강조했던 로라의 적극적인 활동은 높은 인기에서 비롯했다. 2월 갤럽 조사 결과, 로라에 대해 미 국민의 80%가 "잘하고 있다"고 답해 지지율 40% 대에 머문 남편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위싱턴 정가에서는 "지금은 위기다. 로라에게 구원을 요청하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라이스에 대한 평가도 비슷하다. 그가 말하는 ‘자유의 확산’이 공감을 얻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상대방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인상을 주는 데 성공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내용은 부시의 것과 대동소이하지만 상대방이 빠지지 않을 수 없는 합리성과 차분함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대외 정책 전문가 스티븐 컬은 "군사적인 측면을 강조하던 미국의 외교 전략이 변화를 맞았다"며 "앞으로 딱딱한 이미지를 중화 시키기 위해 여성을 활용하는 외교가 활발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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