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풍’의 레스토랑, ‘프로방스 풍’의 인테리어라는 말이 이제는 쉽게 눈에 띈다. 쓱 훑어 보면 목가적이고 편안한 분위기의 연출을 두고 ‘프로방스 풍’이라 이름을 붙이는가 싶다. 바다를 안은 남쪽 끝의 니스를 포함, 남프랑스를 통칭하는 ‘프로방스’. 산맥과 바다 그리고 햇살을 두루 갖춘 천혜의 자연 조건으로 그야말로 ‘낙원’같은 곳. 라벤더나 로즈마리 등의 허브가 내 키만큼 자라고, 고기든 해산물이든 먹을 것이 풍부하여 인심도 좋다.
프로방스의 일상을 쓴 작품들로 ‘뜬’ 소설가 피터 메일이나, 나고 자란 프로방스를 평생 동안 그려낸 세잔느처럼 한번 ‘맛’들리면 좀처럼 떠날 수 없다는 그 곳. 엄마 뱃속처럼 편안하게 사람을 붙잡는 프로방스의 매력을 오늘은 맛으로나마 따라잡아 볼까 한다. 라벤더 들판은 없을지언정 그런대로 햇살이 따뜻해진 4월이니까. 피터 메일의 소설 ‘내안의 프로방스’속 주인공 사이먼. 런던의 광고업계를 휩쓸던 주인공이 만사를 때려 치고 프로방스에서 살게 되는 과정이 소설 속에서 그려진다. 뭐든지 넉넉하게 요리하고 잘 먹고 잘 웃는 프로방스의 사람들은 고마운 자연환경에 더하여 사이먼을 매료시키게 되니. 그의 표현대로 ‘야채샐러드를 먹고 살면서 이따금씩 간식으로 백포도주를 마시는 호리호리하고 세련된’ 도시 여자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매력이 프로방스 사람들에게 넘쳐났을 것이다.
볕 좋은 이번 주말, 프로방스 풍의 식탁을 차릴 요량이면 우선 풍성하게 차려내야 한다. 우선 돼지갈비를 로즈마리와 함께 구워서 턱 하니 접시에 올리는데, 여기서 메뉴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감자 혹은 텃밭에서 온 싱싱한 야채들을 올리브유에 익혀서 곁들일 수도 있다. 시금치를 갈아서 반죽할 때 넣으면 녹색의 파스타 국수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살짝 삶아 건져 마늘과 버섯만 넣고 볶아 낸다. 로즈마리 향이 진하게 도는 돼지갈비에 마늘과 버섯으로만 맛을 낸 국수를 곁들이면 접시가 풍성해 진다. 여기에 여린 잎채소로 샐러드를 만들어 아삭한 씹는 맛을 도울 수 있는데, 이쯤의 메뉴에다가 잘 구워진 빵 한 바구니, 맑게 끓인 수프 하나, 또 잘 묵힌 레드 와인을 곁들이는 것이 프로방스의 식탁. 물론 크림소스를 얹은 생선 요리에 올리브를 짓이겨서 만든 스프레드나 양파나 고추 절임을 곁들여서 더욱 거대한 밥상을 만들기도 한다.
중심도시의 화려한 고기요리와는 달리, 뭉근히 끓여낸 스튜나 올리브유와 허브에 구워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낸 로스트 한 덩어리씩이 주 메뉴. 맛있는 씨 겨자만 찍어 먹어도 로즈마리와 돼지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와인을 부른다. 돼지고기나 양고기를 넉넉히 구워 먹을 때 곁들이게 되는 또 다른 구이 요리는 바로 토마토와 고추다. 즙이 흘러넘치는 싱싱한 토마토는 속을 파내어 파슬리와 양파, 마늘에 볶은 다진 고기를 채우는데, 상단에 치즈와 빵가루로 꼭꼭 막고 오븐에 구워내면 훌륭한 곁들임 요리가 된다.
단내가 폴폴 풍기는 피망은 예쁜 색으로 골라서 치즈와 빵가루로만 꾸미고 역시 오븐에 굽는다. 이 조리법은 여러 가지 재료로 응용이 가능한데, 잘 익은 야채라면 소금 후추에다가 올리브유와 빵가루, 치즈만 더해 구워도 풍성한 맛을 보장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 요리에 적포도주를 마시고 바짝 구운 야채를 곁들이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초저녁이 금방 온다. 여름이면, 아비뇽의 연극 축제나 니스와 칸의 바닷바람을 쐬러 온 여행객들로 더욱 북적이는 프로방스. 레드 와인을 대신하여 마시는 이곳의 여름 술은 로제 와인이다. 레드 와인보다 덜 묵직한 맛에 살짝 당도가 돌고, 발그레한 빛깔도 예뻐서 ‘물처럼’ 마시게 된다나. 딱히 유명한 와인 산지가 없는 프로방스지만 유독 로제 와인만은 잘 만든다. 프로방스의 로제 와인은 늘어나는 바캉스 인구에 비례하여 여름내 매출고를 올린다. 질 좋은 태양에 그을은 남녀들이 로제 와인을 손마다 들고 올리브 절임이나 염소 치즈 따위를 오물대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유쾌하다.
파리의 넘쳐 나는 예술가들과 말 많은 비평가들을 피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세잔느. 맘 좋은 여인내의 젖가슴 같은 프로방스의 산맥을 그리다가 역으로 더 유명해지기 시작 했다. 세잔느의 영향을 받은 피카소도 프로방스에 머물었던 시절이 있었고, 그 밖의 많은 예술가들이 쉬어갈 수 있었던 곳. 프로방스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다면 봄볕이 드는 기차에 올라 대한민국의 남쪽으로 가보자. 매화와 동백이 한창인 ‘내 안의 해남’, ‘내 안의 고창’이 당신을 반기고 쉬게 해 줄 것이니.
푸드채널 '레드 쿡 다이어리' 진행자
◆ 로즈마리 돼지갈비
돼지갈비300g, 로즈마리 약간, 올리브유 2큰 술, 다진 마늘 1작은 술, 소금, 후추
1 팬에 올리브유를 붓고 달군다.
2 1에 마늘과 로즈 마리를 넣고 튀기듯 볶아서 향을 낸다.
3 2에 소금, 후추로 밑간 한 돼지고기를 올리고 바짝 구워낸다.
◆ 마늘 버섯 파스타
파스타 300g, 백송이버섯(혹은 양송이나 느타리)100g, 마늘 3~5톨, 올리브유, 닭 육수 1큰 술, 우유 1큰 술, 소금, 후추.
1 파스타는 삶아서 건져둔다.
2 팬에 올리브유를 붓고 달군다.
3 2에 편으로 썬 마늘, 버섯, 1의 국수를 넣고 빨리 볶는다.
4 3에 닭육수, 우유 넣고 졸이다가 소금, 후추로 간한다.
◆ 토마토구이
토마토 4개, 다짐육 150g, 다진 마늘 반큰 술, 양파 1개, 파슬리, 바질, 빵가루 3큰 술, 치즈 4장, 올리브유, 소금, 후추.
1 다진 고기는 다진 마늘, 다진 양파, 다진 파슬리, 다진 바질과 팬에 볶고 소금, 후추로 밑간 한다.
2 속을 파낸 토마토에 1을 넣어 채운다.
3 2의 상단에 치즈를 한 장 깔고 빵가루를 덮는다.
4 3의 토마토 위에 소금, 후추, 올리브유를 뿌리고 오븐이나 토스터에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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