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76) 대통령이 24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이집트에도 ‘민주화의 봄’ 기운이 불기 시작했다.
30일 수도 카이로와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만수라 등 북부 3개 도시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통치 종식 및 민주주의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1981년 무바라크 집권 이후 수십년 간 계속된 계엄령 치하에서 이처럼 한꺼번에 시위가 분출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27일 이집트 최대 이슬람정치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반정부집회 등 최근 범야 진영의 시위가 잇따르며 이집트에도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에 이어 시민혁명을 기대하는 성급한 낙관도 나오고 있다.
이날 집권 국민민주당(NDP)은 연말 4번째 6년 임기가 끝나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5차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혀 시위대의 분노에 기름을 뿌렸다.
좌파 및 진보 진영이 연대 결성한 ‘키파야 운동’이 주도한 이날 시위에는 무슬림형제단,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급부상한 아이만 누르가 이끄는 진보야당 ‘알 가드’가 동참했다. 친이슬람 대학생 수천 명도 거리에 나섰다.
시위대는 ‘(이제는) 충분하다’는 의미의 ‘키파야(Kifaya)’라는 구호를 반복하며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또 무바라크의 아들 가말의 권력 승계 반대 및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구호도 외쳤다.
카이로에서는 시위대 500명이 경찰의 저지를 뚫고 국회의사당에서부터 중심가 1.5㎞를 행진했고, 알렉산드리아와 만수라에서 각각 20명, 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집트 당국은 이번 시위를 미국이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야당의 직선제 요구 및 미국의 민주개혁 압력에 굴복, 2월 복수 입후보, 직접비밀투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수용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무바라크는 5월 예정된 개헌 국민투표 이후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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