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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생 내쫓는 이공계 장학금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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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생 내쫓는 이공계 장학금 기준

입력
2005.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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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공계 대학생 장학금 신청 기준을 엄격하게 정하는 바람에 대상자가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 게 돼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종전까지는 ‘내신 20%, 수능 수리·탐구영역 1등급’이면 충분했으나 올해는 ‘과학탐구 영역 중 대학이 요구한 모든 과목에서 수능 1등급’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대는 예년에 500~600명이 장학금 혜택을 받았으나 올해는 50명으로, 고려대는 250명에서 7명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우수 학생을 이공계에 유치하자고 만든 제도가 거꾸로 이들을 내쫓게 생겼으니 탁상행정의 극치다. 2003년부터 매년 5,300명을 선발해 4년간 등록금 전액 및 교재 구입비 등을 지원해 온 이 제도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격려와 희망이었다. 실제 올해 서울대 공대 신입생 상당수가 다른 대학 의대와 중복 합격하고도 장학금을 기대하고 공대를 택했다고 한다. 어렵게 결정을 내린 학생들이 공대에 온 것을 후회할 것을 생각하니 교육당국의 무신경에 울화가 치밀 지경이다.

정부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각종 장학금 지원과 병역혜택, 공직채용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뒤로는 이공계 학생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을 하고 있으니 과연 누굴 위한 이공계 살리기 인지 묻고 싶다. 더군다나 올해는 이공계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지난해보다 50% 증가된 장학금 혜택을 주겠다고 홍보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이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당국은 "성적 우수장학금인 만큼 각 대학이 입시에 반영하는 과목에서 모두 1등급이 돼야 한다는 취지였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 교육당국은 지금이라도 전국의 대학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여 기준을 재조정하기 바란다. 장학금 기준이야 조정하면 된다지만 상처 입은 학생들의 마음은 어떻게 어루만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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