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가까운 산에 올라가 보니 진달래 꽃망울이 한껏 물을 머금고 봄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봄은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고 들로 산으로 나가고픈 좋은 계절이지만, 우리의 건강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즉, 환절기에 많이 걸리는 감기는 물론이고, 꽃가루에 의한 천식이나 각종 알레르기 질환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계절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많이 자생하는 참나무, 미류나무, 소나무 등의 꽃가루는 집먼지 진드기 다음으로 흔한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알려져 있다. 꽃가루에 예민한 사람은 알레르기성 비염, 결막염, 천식 등에 쉽게 걸린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생기면 콧물, 재채기, 코가려움증, 코막힘 등의 현상과 상당수가 결막염을 동반하여 눈의 가려움, 눈물, 충혈 등의 증세를 호소한다.
봄철에는 꽃가루나 황사 등의 미세 먼지 성분이 주요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동차 배기가스에 들어있는 유황 및 질소산화물과 중금속 성분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봄철에는 대기가 건조하고 일교차가 매우 커 감기나 천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의 한 연구결과에서는 꽃가루의 단백질 성분이 자동차 배기가스와 반응하여 질산화 단백질로 생성되는데 이 물질이 알레르기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보고도 있었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미세한 꽃가루 성분 속의 단백질이 구강내 분비물에 녹거나 파편으로 잘게 부수어져 호흡기에 전해짐으로써 나타난다. 천식뿐만 아니라, 아토피성 피부염 두드러기 및 식중독의 직, 간접 원인이 된다. 다른 많은 종류의 알레르기 유발물질들과 마찬가지로, 꽃가루에 대한 대응책도 대기오염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즉, 대기중에 이들의 농도를 낮추도록 하고, 노출되었을 때는 가능한 한 짧은 시간내에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날씨가 건조하거나 가뭄 현상이 있을 경우와 대기오염이 심한 때에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대도시 지역에서는 오존경보제를 이미 실시하고 있고, 미세먼지 경보체계도 시작 단계에 있다. 생물학적 유해물질을 대표하는 미세먼지류 중 꽃가루도 모니터링 한다면 알레르기 등의 조기경보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호 차원에서 이에 대한 보다 철저한 연구와 적절한 대처가 요구된다.
권오승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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