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영훈(40·경기 광주시 태전동)씨는 모처럼 가족과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 평소 아이들과 놀아주는 날이 적은 데 대한 미안함도 있지만, 최근 인체의 신비에 푹 빠진 아들 대현(10·태전초3)에게 보다 생생한 인체탐험을 경험시켜주고 싶어서였다. 엄마 손을 잡고 따라 나선 딸 서현(7)이도 대현이의 어깨너머로 공부를 하다 보니 하대정맥, 대퇴신경 등 어른들조차 생소한 신체 부위도 낯설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다.
집에서 출발한 지 30분 만에 이씨 가족은 ‘미공개 인체신비전’이 열리고 있는 용인 에버랜드 페스티발월드내 특별전시장에 도착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눈, 코, 귀, 심장 등을 형상화한 체험존이 눈에 띈다. 푹신한 비닐소재에 공기가 채워져 있어 마치 고무풍선으로 가득찬 놀이공원에 들어온 느낌이다. 본격적인 관람을 앞두고 신체에 대한 친근감을 갖기 위한 주최측의 배려라고 한다. 어린이 3~4명이 입속에 들어가 이빨을 만져보고, 목젖도 만져보며 신기해한다. 서현이는 아예 입속에 벌렁 누워 일어날줄 모른다.
‘소화계통미로’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했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간 뒤 대장, 소장을 통해 배설되는 경로를 따라 미로가 이어진다.미로의 끝에는 오르막계단이 나오는데, 계단위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면 몸 밖으로 빠져 나오게 된다. 재미있게 뛰어놀면서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곳이다.
사이버존은 컴퓨터를 이용, 인체탐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 컴퓨터를 켜자 인체와 관련된 다양한 게임 및 퀴즈가 나온다. 어려운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대현이의 모습에 옆에 앉은 또래 어린이들의 부러움이 끊이지를 않는다.
2층에 마련된 전시존은 지금까지 겪은 흥미로움과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전시품 대부분이 실제 사람의 몸과 뼈이기 때문이다. 의학연구용으로 기증된 시신들이다. 수분을 뽑아낸 다음 아세톤과 실리콘을 채워 중합체보존이라는 방법으로 방부처리했다. 이런 경로를 통해 살아있는 인체와 가장 흡사한 모습을 재현했다. 현대판 미이라인 셈이다.
책으로나 모형으로는 수차례 인체를 접했던 대현이도 전시존입구에서는 발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용기를 내서 겨우 골격근전시장앞에 섰다. 우리 몸의 대부분을 덮고 있는 근육이다. 600개가 넘는 골격근의 무게만 체중의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벌겋게 드러난 근육들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대현이의 적응력은 예상보다 빠르다. 책에서 수많은 근육들이 어떻게 이어져있는 지 눈으로 직접 보니 이해폭도 한결 넓다.
신경, 호흡, 소화, 생식 등 각 계통별 전시공간에서는 인체의 신경 한가닥 한가닥까지 재현해내고 있다. 외과의사들이 수술을 할 때에 절개하는 신체부위를 낱낱이 공개, 신체의 상처 대부분을 치료할 수 있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대현이는 "사람의 몸 구조가 책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인체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졌다"며 "커서 의사가 돼서 인체를 통해 전파되는 병을 고쳐내고 싶다"고 포부를 다졌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CT엔터테인먼트 이병수 전시팀장은 "잘못된 식습관, 약물남용, 과음 등이 어떻게 인간의 몸을 병들게 하는 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전시회를 보고 나면 좀더 자신의 몸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시기간은 11월6일까지. 에버랜드 입장권을 별도로 구입해야 하며, 자유이용권으로는 입장이 불가능하다. 주중에는 오전 9시30분~오후 6시, 주말은 오전 9시30분~오후 8시까지. 요금 일반 5,000원, 어린이 4,000원. 에버랜드 연간회원 3,000원. (031)320-9026, www.body2005.com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