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고령 인력을 퇴출 대상이 아니라 귀중한 자산으로 여기고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기업 경제연구소에서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은 31일 "국내 기업들이 고령 인력이 많을수록 생산성이 저하되고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다는 비용 중심적 편견에만 사로잡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고령 인력 특유의 숙련된 기술과 축적된 노하우라는 강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오지제지의 경우 신입 사원들이 업무 노하우를 조기에 습득할 수 있도록 경륜이 오래된 직원과 짝을 지워주는 등 고령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연구원은 또 고령 인력의 이직률이 20~30대 직장인들에 비해 낮아 직원 채용과 재교육에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기업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에 대한 열정과 도전 의식이 나이와 반비례한다는 인식도 편견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연구원이 최근 직장인 1만 명을 대상으로 ‘직장 생활에서 중시하는 가치 요인’을 분석한 결과 ‘도전적인 업무와 일의 가치’를 1순위로 꼽은 비율이 차장급 이상 중간 관리자들은 64%에 달한 반면 과장급 이하는 40%에 불과했다.
조범상 연구원은 "과장급 이하일수록 ‘보상’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능력이나 열정은 나이 순이 아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고령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직무 재배치를 통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소니는 자율업무직(free agent) 제도를 도입해 50세가 된 관리직 사원들을 희망에 따라 신규 사업분야나 신사업 개척 팀에 배치한다. 프로 스포츠의 자유 계약 선수가 희망 구단(부서)과 직접 교섭해 자리를 옮기는 식이다.
연구원은 또 평생 학습 시스템을 구축해 고령 인력의 학습을 촉진하고 임금피크제와 재고용 제도 등을 통해 퇴직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고령층이 일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P&G가 연구개발 분야의 우수 퇴직 인력들을 대상으로 조인트 벤처기업을 만들어 단기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맡기는 것도 재고용 제도의 한 사례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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