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태어난 아기는 49만여명. 하지만 낙태는 이보다 2~3배나 많은 100만~150만건으로 추측되고 있다. 불필요한 임신중절만 줄여도 저출산 해결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분만보다 임신중절이 더 많은 이유중 하나는 산모가 임신사실을 모른 채 음주, 흡연, 약물, 방사선에 노출된 경우 정확한 확인없이 불안한 마음에 임신중절을 선택한 경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는 "기형아검사의 정확도가 높아져 산전진단을 통해 임신유지가 가능한 경우가 상당히 많은 데도 많은 산모들이 무모하게 임신중절을 선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설사 유해환경에 노출됐다 하더라도, 임신중절까지 고려할 만큼 심각한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캐나다 등에선 ‘마더리스크(Mother Risk)’ 프로그램을 도입해, 불필요한 임신중절을 방지하고 기형아출생을 예방하기 위한 각종 상담과 검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교수는 "유해물질에 노출된 임산부 1,300여명을 상담 후 추적한 결과 실제 기형이 발생한 경우는 3.7%로, 평범한 임산부의 기형발생율(3.2%)과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기형발생율이 너무 과도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무분별한 임신중절이 향후 임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제일병원 마더리스크 프로그램의 무료 전화 상담(2000-7900,7125)를 통해 접수된 임산부들의 궁금증들을 한정열교수의 도움으로 풀어본다.
◆ 임신중 맥주 한 잔은 괜찮나
임신 초기 임신인지 모르고 술을 마신 경우는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임신을 알고도 한잔쯤 괜찮겠지 하고 마시는 경우다. 저체중이나 정신지체, 특징적인 안면기형등이 태아에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임신이 확인된 후에는 술은 되도록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임신부가 마시는 알코올이 여과없이 태반을 통과해서 아기에게 똑 같은 양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미성숙 태아는 알코올의 대사, 배설 능력이 부족해, 엄마보다 더 높은 농도로 더 오래 알코올이 체내에 유지된다. 또 알코올 대사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는 태아의 뇌세포 발달에 필요한 산소공급을 감소시킨다.
◆ 약물 복용하면 모유수유 중단해야 하나
대부분 약물은 모유 수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약물이 모유로 통과될 수 있지만 영아가 흡수하는 약물의 양은 어머니가 투여받은 약물의 1%미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약물 부작용은 거의 무시할만하다. 더구나 무턱대고 모유 수유를 포기하기에는 모유수유의 장점이 너무나 많다. 영아돌연사, 당뇨병, 아토피피부염을 예방할 수 있으며, 미숙아의 경우 모유수유아에서 IQ가 10이상 높으며, 구강근육발달로 언어 능력이 뚜어나며 사회적응 능력도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태아나 모유수유시 신생아에게 치명적인 약물은?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이나 약국에서 구입하는 약물의 95%정도는 태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태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은 여드름약인 로아쿠탄, 일부 간질약, 그리고 남성호르몬과 항암제등이다. 하지만, 약물이 태아기형을 일으킨다고 해서 모유수유에 치명적이지는 않다. 예를 들면, 간질약인 페니토인이나 카바마제핀은 모유수유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로아쿠탄이나 항암제는 모유수유에 적합하진 않다.
◆ 엑스레이 검사는 반드시 위험한가
임신 초기 엑스레이에 노출되신 임신부들은 히로시마의 원자 폭탄을 머리에 떠올린다. 하지만, 진단 목적의 엑스레이노출은 거의 태아에 영향을 안 미친다. 무턱대고 임신중절을 고려하지말고,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 및 검사를 한후 임신중절 여부를 결정한다.
◆ 당뇨병환자가 당 조절을 하지 않을 경우
임신초기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3배나 정상인보다 높다. 반드시, 임신전 엽산제 복용과 당조절이 필요하다.
◆ 타이레놀 복용은 안전한가
소염진통제 타이레놀은 초기에 복용했을 경우 자연 유산을 일으킬 수 있고, 3기 이후엔 지속적인 복용시 폐동맥 조기폐쇄 등 을 일으킬 수 있다.
◆ 기타 감기약은 안전한가
항생제 가나 마이신의 경우 복용 임신부의 1~2%가 신경독성을 일으켰다는 보고가 있다. 바이브라마이신은 임신초기엔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20주 이후에 복용했을 경우 치아착색이나 뼈 성장 방해 등 증상이 태아에게 나타날 수 있다. 또 일부 임신부들이 위장장애약으로 복용하는 미소프로스톨도 자궁수축작용을 일으켜 기형을 유발했다는 보고가 있다.
◆ 여드름 치료제는 안전한가
‘아쿠탄’(아이소트레티노인)을 임신기간중, 특히 태아 형성기인 임신 5~8주에 복용했을 경우 38%가 기형을 유발했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반감기가 길어서 제약사측은 임신 2개월 전에는 약 복용을 중단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 배우자가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경우?
흔히 임산부만 조심하면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여기지만, 실은 아빠의 나이와 건강도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또한, 수은, 납, 솔벤트와 같은 유기용제 중독은 유산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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