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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동북아/ 정부, 日 잇단 망언 대책 - 비판은 세게, 태도는 신중‘장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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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동북아/ 정부, 日 잇단 망언 대책 - 비판은 세게, 태도는 신중‘장기전’

입력
2005.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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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일본 외무성 장관이 30일 노무현 대통령의 과거사 문제 제기 방식에 유감을 표명한 배경을 두 갈래에서 헤아리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먼저 일본 정부가 마치무라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한국과 정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는지 여부를 살폈다.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데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주국장이 전날 추규호 주일 정무공사를 불러 한국 관광객의 독도 상륙에 항의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마치무라 장관은 17일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 성명이 나오자 각료들에게 각별한 처신을 당부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태도 변화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을 대한국 정면 대응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해석도 나온다.또 다른 당국자는 "문제의 발언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다룰 수 있는데 대국민 담화라는 방식으로 문제 제기해 유감이라는 뜻이지, 노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뉘앙스 상 ‘맞받아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25일 노 대통령과 가급적 빨리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한 상황에서, 중의원 외교위 질의라는 일본의 국내 정치과정에서 나온 일회성 발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발언 진의를 확인할 방침이다.한편 정부는 역사교과서 검정을 책임지는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일본 문부과학성장관의 29일 망언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유감이지만 우호기조는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3·17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의 신독트린, 3·23 노무현 대통령의 대일 언급 등을 계기로 달궈졌던 정부 대응이 상당히 정리됐다는 인상이다. 당국자들은 "일본이 통절한 반성을 행동으로 옮길 때까지 우리측 대응은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의 저강도 지구전은 이미 시작된 듯하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바른역사기획단 발족/ 독도·역사왜곡 대응…내달 민관 30명으로

정부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동북아 평화를 위한 바른역사정립기획단’을 발족하기로 했다.

내달 중 출범하는 ‘바른역사기획단’은 교육부와 외교통상부, 법무부,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에서 파견되는 공무원과 민간전문가 등 총 30명으로 구성되며, 나중에 재단 형태로 민관 합동의 상설 전담기구가 공식 출범할 때까지 활동하게 된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부는 기획단 산하에 역사문제 관련 시민단체 대표와 전문성을 갖춘 각계 전문가들을 위촉해 자문위원회도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획단 단장에는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부단장에는 조중표 외교부 재외국민영사담당 대사가 각각 내정됐다. 우리나라 지명과 명칭의 표기에 관한 오류와 인식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국제표기명칭 전담대사에는 하찬호 주유엔대표부 공사가 임명됐다.

김광덕기자

■ 日장관들 강경 발언/ 자민당內 보수파 집단의견 대변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일본 문부과학성 장관의 도발적 망언에 이어 30일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외무성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나서 한일간 갈등이 대결 국면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마치무라 장관의 발언은 비록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나왔지만 외교적 논란의 소지가 크다. 우선 한국 대통령이 문서로 표명한 입장을 일본의 장관이 비판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노 대통령의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 대해 아직 공식 반응을 유보하고 있다.

이로 미뤄 일본 정부가 한국의 반발을 무시하고 정면 대응키로 방침을 바꿨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마치무라 장관은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신일본독트린’에 대해서는 담화를 "무거운 심정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일본 당국자들은 최근까지 노 대통령에 대해 간접 불만은 표출하면서도 직접적인 언급은 삼가해왔다.

일각에서는 일본 교과서 검정 발표를 앞두고 계속되고 있는 한국의 외교적 공세에 불쾌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이들이 속해 있는 보수적 정파의 집단의견을 대변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지난해 9월 구성된 고이즈미 총리의 제2기 내각에는 보수 강경파 정치인이 다수 포진해 출발부터 강경 발언이 잇따랐다.

마치무라 장관은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에 대해 "총리가 영령(英靈)에 다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고, 나카야마 장관 역시 망언으로 논란을 빚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두 장관은 모두 자민당의 모리(森)파 소속이다.

마치무라 장관은 문부성 장관을 두 번이나 역임한 7선 의원으로, 일본 정가에선 외교장관 직 때문에 강경발언을 자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카야마 장관은 역사교과서에서 이른바 ‘자학적’ 기술을 없앨 것을 주장하는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모임’의 좌장을 지낸 대표적 보수 강경인맥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동북아 균형자論’핵심은/ "中·日 대결하면 한쪽 편 안들것"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외교부 업무 보고에서 "우리는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역내 갈등과 충돌이 재연되지 않도록 균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한미동맹을 확고히 견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균형자론의 핵심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진영으로 나뉘어졌던 냉전시대의 진영 외교와 상호 대결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과 일본이 대결할 경우 어느 한 쪽 편을 들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중국과 일본 간 갈등 구도를 우리가 조절해내야 한다고 말해 균형자론이 중·일의 패권 경쟁을 염두에 둔 발상임을 보여주었다.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방한했던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동북아 대결구도를 전제로 한편에 한국이 가담하라는 것은 국익에 맞지 않는다"는 뜻을 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렇다고 균형자론이 ‘한·미·일 3각동맹 탈피’라는 식으로 해석되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고위관계자는 "한미 동맹은 존재하나 한일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균형자론을 한·미·일 3각동맹 탈피니 남방 3각동맹 이탈로 해석하는 것은 성립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면서 일본에 가까운 미국과 동맹 관계를 굳건히 지키는 게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균형자 역할의 현실적 수단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정부 관계자‘균형자論’문답/"한미동맹 토대위에 동북아 갈등 조정가능"

다음은 정부 고위관계자가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설명한 내용.

_균형자론과 주변국들과의 관계는.

"일부 언론에서 한·미·일 삼각 동맹에서 벗어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한국과 일본은 동맹이 아니므로 용어 자체가 맞지 않다."

_균형자 역할을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이 있나.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나름대로 여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겠지만 지금 수단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_중국과 일본의 대결구도 속에서 우리가 조정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냐.

"제가 이 자리에서 직접 대답하지는 않겠다."

-균형자론이 나오기까지의 협의 과정은.

"노무현 대통령이 100년 전 열강들의 침탈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 대해 언급했으며 이에 따라 오찬과 만찬 등을 통해 대통령과 참모들의 토론이 있었다."

_일본의 패권주의 경향이 미국의 후원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데 한미동맹을 유지 하면서 중일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게 가능한가.

"나는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미동맹에 건강성과 공고함이 있으므로 그 토대 위에서 조정 역할이 가능하다."

_100년 전 역사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은.

"개인 생각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종합적 국가 역량이다. 경제력과 국방력이 뒷받침돼야 외교 역량이 나오지 않겠느냐"

_북핵 문제도 급박한데 균형자론이 나오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

"북핵 문제를 균형자론 차원으로 직결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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