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다섯마당 영어완역 유승·박승배 교수/ "판소리 맛 세계화 첫 걸음 디뎠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다섯마당 영어완역 유승·박승배 교수/ "판소리 맛 세계화 첫 걸음 디뎠죠"

입력
2005.03.31 00:00
0 0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판소리 다섯 마당의 영문번역이 마침내 끝났다.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 판소리연구단(총괄책임자 최동현 군산대 교수)은 2년간의 노력 끝에 다섯 마당의 ‘바디(명창이 개성을 가미해 부른 실제 판소리 내용)’를 18개로 정리해 ‘판소리총서(민속원)’3~17권을 펴냈다. 최 교수는 30일 "지금까지 춘향전이나 심청전 같은 소설과 창극을 부분적으로 영문 번역한 경우는 있어도 판소리 전체를 온전히 번역한 것은 처음"이라며 "2003년 1, 2권을 낸 데 이어 이번에 17권 전체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영문 번역을 맡은 주인공은 유 승(43)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와 박승배(36) 부산외국어대 L스쿨 초빙교수. 흥보가와 적벽가, 심청가, 수궁가를 맡은 박 교수는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과학철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땄지만 전북대 영문과 재학 시절 실력이 뛰어났던 인연으로 영역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그 자체로 완전한 예술인 판소리 사설을 영어로 고치되 깊은 뜻을 살리면서 고저장단, 음률까지 맞춰야 하는 일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1주일 넘겨 궁리한 구절이 한둘이 아니지요. 한국 고유의 느낌을 100% 전달하긴 어렵지만 이제 판소리 세계화의 첫걸음이 시작됐다는 게 뿌듯합니다." 그는 중학교 영어교과서를 독해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영문으로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춘향가를 담당한 유 교수는 이몽룡이 한시를 읊는 장면을 영어로 묘사하는 게 쉽지 않은데다 특유의 운이 걸려 있어 부담이 컸다고 한다. "단순히 문장을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판소리 공연장에서 할 수 있는 말로 바꾸는 것인만큼 짧고 쉽게 번역하는 원칙대로 했습니다. 사투리와 고어, 속어, 문학적, 비유적 표현 대신 구어체로 바꾸고 현대 미국어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예를 들어 심청가에서 ‘호랭이가 파싹 깨물어갈 년’은 ‘I wish a tiger eats her’로 표현되는 등 재미있는 대목이 수두룩하다.

2002년 8월 한국학술진흥재단 후원으로 시작된 이 작업은 ▦구전 사설을 문자로 기록하면서 주석을 달고 ▦현대 우리말로 고치고 ▦영문으로 번역한 뒤 ▦영문과 한글 자막으로 송출하는 네 과정을 수행한 것이다. 여기에는 국문·영문학자, 영어 원어민 교수, 기계공학자까지 모두 22명이 참여했다. 소리마다 매 바디 원고지로 원문만 80~800장, 주석까지 합쳐 700~2000장, 총 3만6,430매에 이르는 방대한 작업이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