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 조사위원회는 29일 보고서를 발표, 아난(사진) 총장이 그의 아들 코조 아난을 고용한 스위스 회사 코테크나가 유엔 계약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유엔의 지정을 받아 독립적 활동을 펴온 조사위는 그러나 아난 총장이 코조 아난과 코테크나와의 관계를 부적절하게 조사,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가능성을 한정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또 코조 아난과 코테크나가 입찰 후 그들의 관계를 아난 총장에게 숨기려 했다고 비난하고 아난 총장의 전 비서실장이 이 사건 조사가 시작되자 관련 서류를 폐기한 사실도 지적했다. 폴 볼커 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이끈 조사위는 6월께 최종 보고서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 결과는 아난 총장 인책론 제기를 위한 명확한 구실을 찾으려고 했던 조지 W 부시 정부 내 강경파들의 기대를 동시에 충족시키지 못했다.
아난 총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나를 곤경에 빠뜨리는 많은 주장이 제기돼 왔지만 내 책임이 없다고 밝힌 이 보고서가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반격에 나섰다. 그는 2006년 임기 전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 "노(No)"라고 답한 뒤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아난 총장 지지자들은 이 보고서로 아난 총장의 결백이 입증됐다는 반응을 나타내며 그가 21일 발표한 유엔 개혁안 추진에 매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아난 총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비쳤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유엔을 계속 지원하고 아난 총장의 역할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 총장의 낙마를 최종 목표로 삼아온 미 의회 내 강경파들로부터는 불만의 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원의 유엔 석유·식량 프로그램 부패 스캔들 조사를 이끌고 있는 노엄 콜먼(공화) 의원은 "이해 충돌과 결합한 아난 총장의 지도력 부족과 책임감 결여가 가리키는 것은 단 한가지 결론, 즉 그의 사임뿐"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 코조 스캔들이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아들 코조 아난(32·사진)의 비리의혹. ‘유엔 석유·식량 프로그램’에 따라 인도적 물품의 사전 선적과정을 검수하는 업체로 선정된 스위스의 코테크나사(社)로부터 1996년부터 2004년 2월까지 40만 달러의 보수를 받으며 사무총장의 아들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특혜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것이다.
코조는 95년말부터 98년까지 코테크나 나이지리아 지사에서 상담역으로 일했으며 이 회사는 총 6,000만 달러 상당의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코조는 사직 후에도 지난해 2월까지 12만 달러를 받았다. 이 회사는 98년말 이라크 석유수출 자금으로 수입된 물품에 대한 서류업무 검증작업을 따낸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유엔의 ‘석유·식량 프로그램’은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던 이라크가 식량 구입 등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할 수 있도록 유엔 관리 아래 석유수출을 허용한 조치로 1996년 12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계속됐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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