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근해에서 발생한 대지진의 참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니아스 섬을 비롯, 피해지역에 구호와 지원이 늦어지면서 약탈이 벌어지고, 마을에선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고 30일 외신들이 전했다. 지금까지 330여구의 시체만 확인됐으나, 반냑 섬에서만 200~300명이 숨진 것으로 보고되는 등 희생자는 늘어나고 있다. 재난 당국은 사망자를 1,000~2,000명으로 추산했다.
최대 피해지 니아스 섬 최대 마을인 구능 시톨리는 30%, 제2 마을 텔룩 달람은 80%의 건물과 가옥이 파괴됐다. 시체 안치소로 변한 이슬람 사원과 성당은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부상자 대기소로 변한 축구장은 신음소리로 가득 찼다. 한 생존자는 "1분만에 모든 것이 파괴됐다. 지난해 12월 쓰나미 피해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물자와 장비 부족으로 실종자 수색 작업도 지연되고 있다. 수색팀이 정전으로 촛불을 들고 작업하는가 하면, 실종자 가족들은 농기구나 맨손으로 콘크리트 더미를 헤치고 있다. 화재와 궂은 날씨도 구조작업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약 5만여 명의 생존자들은 섬을 흔드는 여진을 피해 고지대에서 텐트도 없이 밤을 보내고 있다. 현지에선 이틀째 리히터 규모 6.1~5.0의 여진이 10여 차례 감지됐다. 굶주린 생존자 수십 명은 정부 쌀 보관소로 몰려가 약탈하고 있지만 경찰은 손도 못 쓴 채 방관하고 있다. 여성과 어린이들까지 상점에 들어가 식량과 옷, TV 등을 훔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지원을 약속하며 우선 의료·수색팀 파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가장 먼저 헬기와 의료팀을 보냈고, 호주와 말레이시아의 구조팀은 이미 현지에서 활약 중이다. 미국도 지난해말 쓰나미 때와 달리 신속히 애도 표시와 함께 지원의사를 밝혔다. 일본과 중국은 군대 파견과 80만 달러 지원 등을 약속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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