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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의 서바이벌 투자/ 주식 10단들을 못믿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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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의 서바이벌 투자/ 주식 10단들을 못믿는 이유

입력
2005.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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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만큼 믿음을 주는 기사(棋士)가 또 있을까."

세계 최강 이창호 9단이 최근 춘란배에서 우승하자 유명 바둑사이트가 내보낸 기사의 첫 구절이다. 맞는 말이다. 위기니 슬럼프니 누가 뭐라 해도 이 9단은 자신의 별명인 돌부처 마냥 묵묵히 큰일을 해 낸다. 앞서 2월에 끝난 한·중·일 3국의 단체전인 농심배에서도 혈혈단신 끝까지 남아 꿈같은 5연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그는 지난 10년간 많은 기록을 세우며 "역시 이창호!"를 연발케 했다.

이창호를 보면 우리는 안심이 된다. 말이 아닌 실력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신산(神算)이라 불릴 정도의 정교함, 완벽함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압도적으로 이겨도 "운이 좋았다, 상대방의 실수였다"라고 말하는 겸허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둑이 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더 공부해 봐야 알 것 같다"라는 신중함이 세월이 가도 꼭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런 바둑시장에 비하면 우리 주식시장엔 9단 아니라 10단들이 수두룩하다. 국내와 해외를 꿰차고 있는 점은 이 9단과 비슷한데, 다들 언변이 청산유수니 10단인들 족하랴. 하지만 박식한 주식 전문가들이 어눌한 이창호만큼 미덥지가 못한 이유는 뭘까.

첫째, 실력을 모르니 그렇다. 피 같은 자기 돈을, 얼마나 오랜 기간, 어느 정도 위험을 안고, 얼마나 불려 봤는지, 딱히 증거가 없다. 그러니 선뜻 내 돈 걸기가 주저되는 것이다. 둘째, 용의주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통계적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수치를 면밀한 계산 없이 그냥 불쑥불쑥 내민다. 그러니 그런 걸 믿고 들어갔다가 좋은 결과를 볼 리 만무하다.

셋째, 맞으면 제 탓, 틀리면 남 탓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겸손하고 실수도 인정할 줄 알고 해야 신뢰가 가는 법인데, 항상 아는 체만 하니 오히려 미심쩍다. 오를 땐 "거봐라 내 말 맞지" 하다가 내리면 순식간에 외국인 매도를 탓하니 어찌 믿음이 가랴. 넷째, 짧은 지식으로 만든 어설픈 틀 속에 모든 현상을 다 짜맞춰 넣으려는 경솔함 때문이다. 시장은 난해하고 경이로운 수수께끼의 덩어리, 그 한 귀퉁이도 채 이해하기 힘든 것을 마치 손바닥 들여다보듯 우습게 얘기하니 어찌 허황돼 보이지 않으랴.

이창호가 바둑을 모른다 하는데, 우리가 주식을 안다 하면 좀 부끄럽다. 늘 스스로 부족해 하고, 또 아는 걸 말할 때도 조심하자. 피 같은 남의 돈이 걸린 일이 주식 아닌가.

시카고투자자문 대표이사 www.chicagof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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