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30일 열렸다. 이날 청문회는 송광수 총장에 이어 앞으로 2년간 검찰을 이끌 ‘김종빈호’의 항로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답변을 지켜본 검사들은 "송 총장의 운영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먼저 공수처 설립에 대해 그는 "국회에서 신중하게 논의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그 동안 검찰은 경쟁적인 수사기관이자 전체 검사를 수사대상으로 삼는 공수처 설립에 꾸준히 반대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행정부의 일원으로 대통령의 역점 추진업무를 나서서 반대할 수 없어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해 왔다. 김 후보자의 이날 답변은 이 같은 전후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앞서 29일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는 "부패방지 취지에는 공감하나 중립성 논란, 업무중복에 따른 비효율성 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며 사실상 반대의견을 밝혔다.
국보법 개폐와 관련해서도 그는 "형식을 떠나 안보형사법 체계는 필요하다"는 검찰의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다만 "남북관계의 실질적 변화를 고려해 더욱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고 인권침해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검찰총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수사에 있어 외풍을 막는 일이고, 그 다음이 인권보호"라며 송 총장과 마찬가지로 검찰 독립에 중점을 둘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정치권 일각의 중수부·공안부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과거 검찰의 과오에 대한 진상규명 용의를 묻자 그는 "판결로 확정된 사안들이라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생활비 100만원이라며 에쿠스 몰고 다니나"/‘재산형성 과정’ 도마에 올라
국회 법사위는 30일 김종빈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소신과 성격, 재산 형성 과정을 검증의 도마에 올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51평 아파트에 살면서 에쿠스 승용차를 모는데 월 생활비가 100만원이라고 신고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작가인 장녀의 도움으로 6,000만원의 재산이 증액됐다고 해놓고 정작 장녀의 소득세 납부실적이 없는 이유가 뭐냐"고 몰아 붙였다. 김 후보자는 결국 "제가 소득세법을 잘 모른다" "자녀 소득은 세무신고가 돼있지 않다" "에쿠스 승용차는 자수성가한 형님의 선물" "앞으로는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겠다"는 등 군색한 답변을 해야 했다.
"김 후보자의 성격이 유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검찰 독립을 지켜낼 배짱이 있느냐"(최연희)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느냐"(장윤석)고 따져 물었다.
김 후보자는 공직 시절 후회 되는 일을 꼽아보라는 민노당 노회찬 의원의 질문에 ‘과잉 구속 수사’를 들며 구체적으로 설명,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자는 "평검사 시절 비리 혐의 공직자를 구속했는데 그의 처가 아이를 등에 업고 찾아와 자기는 중병을 앓고 있어 곧 죽을 목숨인데 남편마저 구속되면 아이를 어떻게 하느냐고 읍소했다"며 "구속을 신중히 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이례적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바람을 사전 인터뷰, 청문회장에서 방영한 뒤 김 후보자의 답변을 듣기도 했다. "검찰청 들어가기가 두렵다" "검찰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는 등 시민들의 불만에 대해 김 후보자는 "국민에게 더 다가가고 성역없는 수사로 정치적 중립을 나타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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