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씩 나누려던 게 그렇게 됐네요."
소설가 박범신씨가 말한 그 나눔의 자리란 지난 주 낸 소설 ‘나마스테’ 출판 기념회인데, 대개 친한 문단 선후배 등등이 모여 덕담 주고받으며 ‘조용히’ 치르는 게 관례다.
그런데 그가 전하는 ‘그렇게’란, 소설 속 이야기의 모델이었던 네팔 젊은이들과 작년 재작년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농성을 벌였던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출신 노동자들이 내달 16일 저녁 경기 부천의 자그마한 네팔음식점에서 작가와 더불어 한판 허벅지게 놀기로 했음을 말한다. 삼겹살이 아니라 네팔 토속음식인 달(녹두스프), 밧(밥), 또르까리(반찬)를 나누겠다는 것이고 참석인원이 못해도 60,70명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자기네 노래며 춤을 곁들여 놀겠다는 이주노동자들의 말에, 작가는 판소리하는 친구들을 부르겠다고 장단을 맞춰둔 상태다. 짐작컨대 작가가 작품으로 말했던 소통과 이해와 포용, 그 다름의 어우러짐이 이뤄지는 자리일 듯하다.
물론, 소설의 주인공들이기도 한 낯색 다른 참석자들이 지금껏 겪어왔고 두고두고 겪게 될 이 땅의 시간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 현재 45만명에 이르는 이주노동자 가운데 19만명이 소위 ‘미등록자’ 신분. 법적으로 보자면 강제로 쫓아내야 마땅한 국외자들이다. 비자 잔여기간 등을 감안할 때 오는 8월이면 그 숫자는 무려 3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작가의 집필을 도왔고 이 날 자리도 주선했다는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이난주씨는 "그날 만큼은 우울한 이야기는 피할 참"이라고 말했다. 잠시의 그 행복이 설령 유예된 고통일 뿐이고, 애처로운 도취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가난한 그들은 거기서도 감동과 희망을 찾을 수 있고 그것이 곧 힘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리라. 문학의 존재가치 가운데 그 같은 기능도 있다면, 그들에게 이 날 자리는 한글로 쓰여져 난해할 따름인 작가의 작품보다 훨씬 큰 ‘문학’일 것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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