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5부(이홍권 부장판사)는 30일 20여년간 중풍으로 누워 있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구속기소된 심모(43)씨에 대해 원심대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3남1녀 중 장남인 심씨는 학교 문턱도 가지 못하고 8세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건축현장에서 막노동을 했다. 심씨가 20세가 되기 전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가족 생계와 동생들 학비는 고스란히 심씨 몫으로 돌아왔다.
1993년 결혼해 두 자녀를 낳았으나 5년 만에 이혼했고, 아이들과 병상에 있는 아버지를 맡아 줬던 어머니마저 2001년 세상을 떠났다. 줄곧 공사현장을 전전하던 심씨는 어머니 사망 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병세가 심해진 아버지 병시중까지 들어야 했다.
그러기를 3년. 아버지 병시중이 재혼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심씨는 지난해 6월 술을 마시고 들어와 잠자고 있던 아버지(당시 68세)를 발로 눌러 숨지게 했다. 잠에서 깬 열살 난 아들이 "할아버지 죽겠다"며 말렸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범행 이후 아버지가 지병으로 숨진 것처럼 꾸며 장례식을 치렀다.
재판부는 "반인륜적 범행을 저지르고도 은폐하려 한 만큼 무기징역 이상의 형을 받아 마땅하지만 피고인이 교육 기회도 갖지 못한 채 가족을 위해 희생해 온 점, 3년 넘게 혼자 대소변을 받아내며 아버지를 간병해 온 점, 피고인의 형제 자매들이 선처를 바라는 점 등을 감안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밝혔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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