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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난타 공연과 특별한 식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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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난타 공연과 특별한 식목일

입력
2005.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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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엔 이제까지 어떠한 책을 읽어도 짧게 몇 줄 감상은 남겨도 길게 독후감을 써본 적이 없다. 그런데 얼마 전 ‘50대 독립선언문, 50헌장’이라는 책을 읽고 장문의 독후감을 썼다.

그냥 독후감만 쓴 게 아니라 50가지의 각 항목마다 나의 생각을 달고, 또 나라면 어떤 항목을 추가 시켰을까를 적어 일반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그 책의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그랬더니 책을 낸 출판사에서 다른 독자 몇 명과 함께 내게도 ‘난타 공연’ 티켓 두 장을 보내 주었다. 시간을 보니 4월 5일 저녁이다. 모처럼 아내와 문화적인 나들이를 하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강릉 큰형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다 편하나? 이번 한식에 할아버지 산소 사초한다. 별일 없으면 다 내려오너라." 형님은 별일 없으면, 이라고 했지만 이러면 우리 형제들은 다른 이유가 없다. 별일에 별일이 있어도 내려가야 한다.

열 세 살에 장가들어 열 네 살에 선산에 밤 다섯 말을 심어 집안을 일으킨 할아버지시다. 그리고 평생 나무를 심으셨다. 올해, 내게는 특별한 식목일이 될 것 같다. 사초를 마친 다음 난타 공연 대신 아내와 함께 시골집 마당가에 나무를 심고 와야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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