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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세계 문자·언어 박물관'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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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세계 문자·언어 박물관'을 만들자

입력
2005.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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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큰 혜택을 받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그 고마움을 지나쳐버리기 십상인 것이 있다. 햇볕이나 공기 그리고 땅이나 물 등이 그러하다. 어찌 목숨을 지켜주는 자연현상만 그러하랴. 문화현상에서도 한량없는 고마움을 지나치기 일쑤이다.

우리에게 한글이 없었다면, 지난 20세기 한겨레는 핏줄로서는 이어졌을지라도 우리말을 담는 그릇이 없어 문화공동체로서는 벌써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21세기에는 현존 세계 인류의 언어 가운데 거의 9할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통설로 되고 있다. 수천 개의 말은 있되, 그것들은 주워 담을 알맞은 글자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네 문자가 있으면 말할 것도 없고 , 남들이 쓰는 것이라도 빌려 써서 자신들의 말을 기록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을 찾지 못해 많은 말들이 지구 위에서 영영 사라지고 있는 것 아닌가.

만일 세종이라는 천재가 우리 겨레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바꾸어 말해 그이가 말은 있되 글자 없는 동서양 어느 다른 나라의 군왕의 자리에 앉아 ‘어리석은 백성들이 쉽게 배워 쓸 수 있는’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를 만들 수 있었을까? 우리 겨레의 말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이기에, 천재 세종대왕은 우리 말을 함초롬히 담고자 밤낮으로 애쓴 끝에 자음·모음·받침으로 똑떨어진 글자를 만든 것이 아니었겠는가.

한글은 우리 겨레의 문자만으로 가두어 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세계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사라져 가고 있는 수천의 언어를 살리기 위해 이 위대한 유산을 활용해야 한다. 한글을 세계 문자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여러 갈래의 노력들을 펼치자. 그 가운데 하나가 ‘세계 문자·언어 박물관’을 우리나라에 세우는 것이다.

인류의 언어와 문자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과학적으로 분석·연구하는 중심기관을 서울이나 경기도에 세우자. 서울 종로 경복궁 영추문 서쪽 100여c에는 세종의 탄생지가 있고, 경기 여주에는 대왕의 능묘 영릉이 있지 아니한가.

‘세계 문자·언어 박물관’이 제대로 서서 인류 문화의 중요한 연구기관으로 기능한다면, 우리나라의 연구자들은 말할 것 없고, 이 갈래 온 세계의 학자들의 중심 일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오는 어느 나라 어느 인종의 세계인들도 자기네 말과 글자 유산이 잘 갈무리되어 있는 이곳을 즐겨 찾게 될 것이다.

김경희 지식산업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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