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규모의 공중조기경보기 도입(EX) 사업에서 경쟁하고 있는 미국 보잉사의 ‘E737’과 이스라엘 IAI사의 ‘G550’의 레이더 성능이 6배가량 차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레이더가 조기경보기의 핵심부품인 점을 감안하면 EX사업에서 보잉기종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30일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보잉사 ‘E737’의 레이더 출력은 390KW인 반면 IAI사 기종은 55KW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IAI사의 ‘G550’은 레이더에서 빔을 한번 쏘아 타깃의 신호를 50% 잡아야 하는 우리 공군의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보잉사 기종은 200해리(360㎞) 정도의 원거리 타깃도 한번에 잡아낼 수 있는 반면 IAI사 기종은 최고 6번까지 빔을 쏘아 신호를 재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군이 올해 초 EX사업을 재검토한 것도 레이더 성능문제 때문이었다. 공군은 당시 "G550의 레이더 탐지거리가 공군의 요구성능을 충족하지 못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만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 기종이 탈락하면 보잉의 E737기를 불리한 조건에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달 사업 재추진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측은 "우리나라 기종의 레이더에는 문제가 없으며 신호처리 시스템은 경쟁사에 비해 성능이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IAI사의 자회사로 ‘G550’을 실제 제작하는 엘타(ELTA)사의 이스라엘 리브낫 사장은 "한국 공군이 문제삼은 레이더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복잡하고 정교한 알고리즘(문제 해결을 위해 컴퓨터가 사용 가능한 정확한 방법)을 가진 우리 레이더 시스템을 더욱 충실히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IAI사는 비슷한 조건에서 보잉사의 절반 수준인 10억달러(1조원) 내외의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공군은 ROC의 일부 항목이 미국산 무기에 유리하도록 작성됐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이를 수정하는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몇 년 전 ROC를 작성할 당시에는 조기경보기를 제작·운영하는 나라가 미국밖에 없어 사실상 미국 제품을 참고로 ROC를 만들었다"며 "그러나 상황이 변한 만큼 공정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이를 수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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