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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혁명' KTX 1년/ 전국이 3시간권‘생활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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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혁명' KTX 1년/ 전국이 3시간권‘생활혁명’

입력
2005.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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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00㎞의 속도혁명으로 서울~부산(408.5㎞)을 2시간 40분, 서울~목포(407.6㎞)를 2시간 49분에 주파하며 전국을 3시간 내 생활권으로 연결시킨 고속철도(KTX)가 4월1일로 운행 1년을 맞는다. 고속철도 개통 후 1년 동안 전체 이용객 수는 2,700여만명. 국민 1.75명당 1명 꼴로 열차를 탔다. 육상교통의 패러다임을 바꾼 고속철도는 우리의 생활패턴은 물론 물론 산업, 관광, 문화 등 사회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우리에겐 낯선 역방향좌석과 불편한 좌석공간, 터널내 소음 등 개선할 점도 많다.

◆ 속도혁명은 생활혁명 = 대전 중구 철도시설공단에 근무하는 김종윤(42) 부장은 요즘 인천 부평에서 출퇴근을 한다. 교사인 부인과 맞벌이 부부인 그는 지난해 철도시설공단이 서울에서 이전하자 대전에 아파트를 얻어 자취를 하다가 올해 2월부터 출퇴근으로 바꿨다. 자녀교육 등을 이유로 부인이 출퇴근을 원했기 때문이다. 오전 6시50분 집을 나서 광명역에서 7시30분 고속철도를 타면 8시11분 대전역에 도착한다. 역에서 직장까지 걸어서 15분이 걸려 8시30분이면 출근한다. 교통비는 정기권을 이용해 한달에 34만4,000원이 든다. 그는 "서울 근무 때보다 비용이 더 들고 몸이 약간 피곤하지만 가족과 함께 있다는 점이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부산, 서울에서 각각 근무하는 박용수(40·부산해양대 교수)씨와 이태경(35·외국계회사 근무)씨 부부는 KTX 운행에 맞춰 근무지 중간지점인 대전으로 이사와 출퇴근을 하면서 주말부부를 면했다. 이처럼 고속철도 운행 후 직장인들의 출퇴근 풍속도가 확 바뀌었다. 출퇴근용 정기권 이용자도 지난해 4월 서울역 220명, 천안·아산역 221명 등 전국에서 714명에 불과했으나 올 들어 1,430여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기업체들의 출장규정도 바뀌어 일부 대기업들은 서울에서 1박2일 출장 거리였던 부산이나 대구,목포 등을 당일출장지역으로 변경했다. 그 동안 엄두도 내지 못하던 서울~부산, 서울~목포 등 원거리지역 당일관광도 가능해졌다. 서울~부산의 경우 오전 8시 서울역을 출발해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태종대와 해운대 등 주요코스를 돌아본 뒤 자갈치시장에서 회를 먹고 서울에 오후 10시 이전에 돌아오는 관광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 산업·경제활동 큰 파급효과 = 서울과 불과 30분 거리로 좁혀지면서 ‘서울시 천안구’라는 별칭이 붙은 충남 천안, 아산 지역은 수도권 기업체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천안·아산역에 인접한 탕정지역은 삼성전자 LCD공장이 들어서면서 첨단산업 중심의 기업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전북 익산 산업단지도 수도권 기업 입주가 늘어나 지난해 22개 기업이 1,068억원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 시는 이들 기업이 예정대로 입주하면 고용효과가 적어도 1,800여명 이상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전 동대구 부산 등 KTX가 정차하는 역은 역세권 개발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구시는 동대구역 유동인구가 3배로 급증한데 힘입어 동대구역사와 주변지구 22만평을 개발해 컨벤션센터와 업무, 숙박, 의료시설 등을 유치하기로 했다.

부산시도 고속철도 시발역이자 항구라는 이점을 활용해 철도·해운 국제복합환승센터 건립을 추진중이고, 대전역에는 철도공사가 직접 개발에 참여해 28층짜리 쌍둥이 사옥이 건립될 예정이다.

고속철도와 연계한 국내외 관광상품이 80여개나 생겼으며 한류 열풍을 타고 입국한 동남아 관광객들에게는 KTX로 부산과 목포 등을 다녀오는 것이 필수코스가 되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지역 유통업체와 공항, 고속버스 등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천안 지역의 경우 반나절만에 서울 명동의 백화점까지 원정쇼핑이 가능해지면서 고급의류와 귀금속 등 명품 취급업소들의 매출이 20% 이상 감소했다. 이 지역 고객들을 유치하기위한 서울 백화점들의 판촉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천안 G백화점 관계자는 "경기 침체 탓도 있지만 고속철도 개통 이후 매출이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며 "특히 고가의류나 귀금속 등 코너는 매출이 1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 역방향 좌석·대규모 적자·잦은 고장 등 개선돼야

고속철도가 속도혁명, 생활혁명을 가져왔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개통 이후 1년동안 차량 운행에 지장을 준 크고 작은 고장이 130여건이나 발생했다. 개통 후 4개월간 96건의 장애가 집중되면서 국민들에게 각인된 ‘고장철’의 이미지를 벗어나는게 시급하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개통 초기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은데다 운영 미숙까지 겹쳐 운행장애가 많았지만 6개월을 넘으면서 빠르게 안정돼 지금은 안심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낯선 역방향 좌석과 터널 내 소음도 개선이 필요하다. 교통개발연구원의 고객만족도 조사결과 KTX는 속도감은 만족도가 높았지만 승차감 면에서 불만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철도공사는 차량 제작사와의 문제가 얽혀있는 역방향좌석 개조 여부는 현재 시행중인 용역결과가 나오는대로 결정키로 했다.

대규모 적자를 벗어나기 위한 수익성 개선방안도 시급하다. 지난해 하루평균 이용객은 7만4,000여명에 영업수입은 21억여원으로 당초 예상치 15만5,000명, 46억원의 절반 수준에 도 못미쳤다. 올 들어 이용객수가 1만명 가량 늘었지만 영업수지 개선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고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함께 수익사업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전=허택회기자thheo@hk.co.kr

■첫 열차 운전 박병덕 기장/ 서울~부산·목포 120회 왕복 "하늘만 봐도 안개낀 곳 알아"

"처음 운전대를 잡을 때의 긴장감은 여전하지만 이젠 좀 익숙해졌습니다."

역사적인 고속철도 개통식에서 첫 열차를 운전한 박병덕(50·사진) 기장은 당시가 생각난 듯 약간 굳은 표정이었다. 그는 일반열차에서 100만㎞ 무사고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기관사였다. 시속 300㎞가 넘는 KTX열차 운전원으로 선발돼 시험운행 과정을 거치며 단련하고도 막상 승객을 태우고 실제운행에 나서면서는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그는 "시속 300㎞로 선로를 달리면 속도감으로 시야가 상당히 좁아지기 때문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 동안 서울~부산 서울~목포를 합쳐 120번 왕복하고 난 지금은 선로 주변 지형과 터널, 날씨, 환경 등을 손금 보듯 훤하게 꿰게 됐다. 열차에 오르는 순간 하늘만 봐도 ‘어느 지역에 안개가 낄지’ 감각적으로 느낄 정도다.

박 기장이 고속철도의 운전대를 잡으며 가장 중시하는 것은 승객들의 안전이다. 물론 정시 도착을 전제로 해서다. 개통 초기 차량고장으로 인한 운행 중단이나 지연 소식이 들릴 때는 마치 내 잘못인양 승객들 얼굴 보기가 미안할 지경이었다.

그에게도 딱 한 번이지만 연착의 경험이 있다. 사소한 차량 고장으로 120회 운행 중 딱 한 번 18분 지연운행을 했다. "현재 고속철도 평균 정시율 98.9%보다는 월등한 실적이지만 승객들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그는 말했다.

박 기장은 한국철도 사상 최장거리 운행기록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의 기록은 160만㎞. 정년이 8년 정도 남은 그가 지금만큼한 한다면 일반철도 기록을 합쳐 200만㎞ 주행기록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허택회기자thheo@hk.co.kr

■ KTX풀·천안구…"신조어도 많네"

KTX는 생활의 변화만큼이나 빠른 속도감으로 새로운 용어도 만들어냈다. 명절 때 차량을 함께 이용하는 ‘카풀’을 본따 열차내 가운데 마주보는 좌석 4개를 함께 이용하는 ‘KTX풀’이 등장했다. 이 자리는 낯선 사람들에게는 아주 어색한 자리지만 동료나 친지들에게는 안성맞춤으로 요금도 서울~부산의 경우 1인당 정상요금(4만5,000원)보다 훨씬 싼 2만8,125원이다.

서울역에서 34분 거리에 있는 천안 지역은 요즘 ‘서울시 천안구’로 통한다. 출퇴근 시간만 놓고 보면 서울 외곽지역이나 분당, 일산 등 신도시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시간이 덜 걸리기 때문이다. 주말부부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KTX 통근거리에 집을 마련해 평일부부로 살아가면서 ‘KTX부부’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한류 열풍을 타고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고속철도를 애용하면서 ‘달리는 지구촌’이라는 말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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