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조가 노무팀 직원의 노조 회의 불법도청 사건과 관련, 정연주 사장 퇴진투쟁을 강행키로 하자 PD협회 등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노조(위원장 진종철)는 29일 밤부터 30일 새벽까지 중앙집행위원회 비대위 회의를 열어 ‘본부장 재신임’ 등 경영진 책임을 묻는 것을 골자로 한 사측 중재안을 표결에 부쳤다. 1차 투표에서는 22대 21, 기권 2로 중재안 수용 의견이 많았으나 과반수 미달로 재투표한 결과, 20대 25로 중재안이 거부됐다. 노조는 이에 따라 정 사장 퇴진투쟁 방침을 재확인하고, 31일부터 출근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진종철 위원장은 이날 삭발하고 단식에 들어갈 예정이다.
29일 노조 회의 결과를 기다리느라 사무실에서 밤을 샌 정 사장은 30일에도 퇴근하지 않고 회사에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대응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온 KBS PD협회, 아나운서협회 등 직능단체들은 30일 오후 잇따라 임시총회를 열고 정 사장 퇴진요구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PD협회(회장 이강현)는 성명을 내고 "KBS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불필요한 노(勞)·노(勞) 갈등을 야기하는 무분별한 ‘정사장 퇴진운동’을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PD협회는 또 노조에 노사 공동의 진상조사에 응하고 사태수습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노조가 계속 사태를 위기로 몰아간다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총회에서 일부 PD들은 노조가 조합원 의견을 제대로 모으지 않고 총파업에 준하는 사장 퇴진투쟁을 강행한 것을 성토하며 ‘노조 집행부 탄핵’ ‘노조 탈퇴’ 등 강경대응을 주장하기도 했다.
노조가 ‘노·노갈등’까지 무릅쓰고 퇴진투쟁을 강행하는 이면에는 팀제 전환과 지역국 통폐합 등 개혁정책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사내 ‘반(反) 정연주’ 정서와 위기를 느낀 지역국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어 1월 출범한 노조 집행부는 순천과 강릉의 제2라디오 로컬 방송 폐지 방침 등에 대해 정 사장과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한편 KBS 이사회도 이날 정례회의에 앞서 간담회를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상희 이사는 "며칠 더 지켜본 뒤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이사회 차원에서 권고안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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