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특파원으로서 폭발 일보직전의 한일 갈등을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하기 짝이 없다. 아직도 주변국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망언과 궤변을 토해내는 일본의 지도적 정치가와 정부 관료들에 대해 실망을 느낀다. 입으로는 ‘이성적 대응’을 외치면서도 비외교적 언사와 감정적 대응을 일삼는 한국의 정치가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가장 답답한 것은 수십년의 노력 끝에 겨우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양국 국민들의 풀뿌리 교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4월1일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일본 가부키(歌舞伎) 공연이 취소됐다. 일본 시즈오카(靜岡)시와 인천시가 20~23일 인천에서 개최할 계획이던 어린이 축구대회도 무산됐다. 최근 사태로 수십 건의 양국 간 민간 교류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한국측 지방자치단체가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교류를 거부한 한국 지자체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일본 지도자의 잘못된 언행에 대해서는 냉엄하게 따져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풀뿌리 교류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사실 일본 국민이 한국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양국 국민이 의기투합해 이 눈치 저 눈치 다보는 정부 관료나, 정치가가 잘못한 부분을 고치고 개선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오랜 세월 가꾼 교류를 통해 서로 간에 정도 많이 쌓였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친구가 되고 서로 협조하는 것이 양국의 국익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김철훈 도쿄특파원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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