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금융자산 1,000조원, 금융부채 500조원 시대가 열렸다.
개인들의 채무상환능력은 사상 최악의 수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 같은 가계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내수회복과 소비정상화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4년중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개인부문(소규모 개인기업과 비영리단체 포함)이 안고 있는 빚은 총 507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3% 증가했다. 또 이들 개인부문이 갖고 있는 금융자산은 1년전 보다 5.1% 늘어 1,044조원에 달했다.
금융자산이 1,000조원을 넘어선 것, 금융부채가 500조원을 돌파한 것은 모두 처음이다.
개인들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금융부채에 대한 금융자산의 배율은 2.06배로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2003년과 같았다. 이 배율은 낮을수록 자산 대비 부채규모가 많아 빚상환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가계부채의 폭발적 증가 속에 2000년 2.64배→2001년 2.44배→2002년 2.07배→2003년 2.06배로 계속 하락해왔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배율이 3.44배, 일본은 4.09배에 달하고 있다. 미국 일본의 가계에 비해 부채상환능력이 그만큼 뒤떨어지고, 가계재무구조도 취약하다는 뜻이다.
한편 지난해 1년 동안 빚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쪽은 정부였다. 정부부문의 지난해 말 부채잔액은 147조4,000억원으로 1년간 32.1%나 늘었다. 외평채 등 국채발행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반면 기업부채는 711조9,000억원으로 정부나 개인부문에 훨씬 못미치는 0.4% 증가에 그쳤다. 그 만큼 투자도 안했고, 수출로 번 돈으로 빚부터 갚았다는 얘기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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