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에는 너구리 가족을 전방으로 보내버리더니 이번에는 토끼 가족들의 방을 빼버렸네."
청와대가 지난 1월 청와대 뒷산에서 키워온 토끼들을 잡아 서울대공원에 넘긴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이런 말이 나왔다.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산행했을 때 북악산에는 토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해 7월 청와대 뒷산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너구리 10마리를 생포해 경기도 민통선 지역에 방사하는 대신에 굴을 파서 보금자리를 만드는 굴토끼 28마리를 청와대 경내에 풀어 놓았다.(본보 2004년 9월15일자 보도) 너구리보다는 토끼들이 청와대 관람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굴토끼들이 왕성한 식욕으로 청와대 경내의 풀과 꽃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굴을 파는 등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결국 청와대는 동물구조관리협회의 도움을 받아 올가미 등을 이용, 굴토끼들을 포획해 서울대공원에 관람용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굴토끼들이 녹지대에 굴을 파기도 했고 야간에 갑자기 움직여 경호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며 "천적까지 없어 토끼들이 마구 번식해 부득이하게 퇴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터줏대감인 너구리가 추방된 이유는 청와대를 마구 헤집고 다니며 음식쓰레기를 뒤지는데다 기생충에 감염됐기 때문인데, 토끼마저도 ‘악동’으로 찍혀 밖으로 쫓겨난 것이다.
이 조치로 요즘 청와대 경내에서는 덩치 큰 동물을 전혀 볼 수가 없다. 청와대측은 "경내에 키울 마땅한 동물을 고르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청와대는 고심 끝에 올해 5월께부터 몸집이 작은 종류의 토끼들을 골라 키우기로 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등에서는 "오랫동안 청와대에서 살아온 너구리를 쫓아낸 것이나 이번에 토끼를 내 보낸 것이나 모두 생태계를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청와대 뒷산에 오랫동안 살 수 있는 동물을 제대로 골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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