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같은 개혁당 출신인 유시민 후보와 김두관 후보 사이에 미묘한 경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유 후보의‘반 정동영, 친 김근태’ 발언 이후 일견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엄호하는 발언을 하며 추켜세우고 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김 후보측은 유 후보의 발언을 재야파인 장영달 후보와 연대를 염두에 두고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후보 주변에선 "1인2표제 하에서 유 후보의 발언은 우리를 배제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유 후보측도 "김근태 장관 측과 조직노선에 따라 세력연대를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유 의원이 작심하고 말한 것"이라며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동지적 관계를 이어오고 있지만 전대를 앞두고 여차하면 각을 세울 태세다. 김 후보측은 특히 유 후보의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태도가 반대세력의 결집을 불러 자신들의 지지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불만이다. 그래서 선두인 문희상 후보와 김 후보간의 격차가 최근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원래 정치스타일에선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김 후보는 중간세력을 껴안고 가려는 쪽인 반면 유 후보는 원칙적이며 뻣뻣한 편이다.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도 세력분화가 점차 또렷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참정연내 두 사람의 지분은 각각 40%이고 나머지 20%는 김원웅 후보 몫"이라고 전했다. 29일에는 참정연 소속으로 강원 중앙위원에 당선된 전승규씨가 "나를 유시민 계보로 분류하지 말라"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전당대회 막판 최대변수가 될 합종연횡은 이들의 향후 관계를 확인해 줄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 중 한 명이 재야파의 장 후보와 손을 잡는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돌이키기 힘들게 된다. 물론 현재로선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양측 참모진들이 서로에게 던지는 의구심과 달리 두 사람은 여전히 연대를 과시했다. 김 후보는 유 후보를 분파주의자로 비난한 송영길 후보 등 당내 386 세대를 비판하며 유 후보를 감쌌다. 유 후보도 29일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김 후보는 정말 고마운 분으로, 언젠가는 꼭 신세를 갚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전대 이후는 두고 봐야 한다는 사람이 적지않다. 당장 그들 내부에서 "서로 다른 정치적 야심과 스타일이 달라 끝까지 같이 갈 지는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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