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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환란충격 잊었나/‘백지어음’ 발행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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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환란충격 잊었나/‘백지어음’ 발행 여전

입력
2005.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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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 외환위기 이후 금융감독 당국이 ‘후진적 금융관행’으로 규정해 폐지를 권고해온 견질용 백지어음 교부 관행이 증권업계 일부에서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 증권팀이 29일 국내 26개 주요 증권사의 ‘2004년말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73%인 19개 증권사는 자금 융통을 위해 백지어음을 시중은행이나 한국증권금융 등에 담보로 맡긴 사실이 언급되지 않은 반면, 7개 증권사는 여전히 과거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기관은 백지어음을 맡긴 증권사가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자금 회수에 의문이 생기면 백지어음을 시중에 유통시키게 된다.

운영자금의 원활한 융통을 위해 백지어음을 발행한 증권사는 브릿지 대신 신흥 CJ투자 한양 SK 동양종금증권 등이었다. 모 증권의 경우 지난해 12월말 현재 한국증권금융에 운영자금 대출 및 증권유통금융 관련으로 4매의 견질용 어음을 제공했으며, 이 중 2매는 백지어음이었다. 다른 견질용 어음 2매의 액면가액은 1조1,82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대주주의 국부 유출 논란으로 소송사태를 빚고 있는 브릿지증권도 금융기관에 2매의 백지어음과 액면가액이 2조1,369억원인 어음을 담보로 맡겨놓았다. CJ투자증권은 시중은행에 2매의 백지어음을 담보로 제공했으며, 신흥증권은 백지어음 2매와 함께 총 액면가액이 2조315억원에 달하는 4매의 어음을 담보 제공 목적으로 발행했다. 한양 동양종금 SK증권 등도 한국증권금융에 각 1매씩의 백지어음을 담보용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백지어음을 맡겨놓지 않은 다른 증권사의 경우도 담보로 맡겨 놓은 어음의 액면가액이 회사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담보로 제공한 어음의 액면가액은 서울증권이 1,51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국증권(336억원) 세종증권(190억원) 교보증권(42억원) 굿모닝신한증권(9억2,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나 시중은행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대우 LG 하나 삼성 동부 한화증권 등은 담보로 제공된 어음이 없었다. 또 증권업계에서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으로 평가 받는 신영증권도 담보 제공 어음이 전무했다.

백지어음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증권금융 등에 담보로 제공한 어음은 일선 은행에서 교환에 회부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런 잘못된 관행이 외환위기 이후에도 남아있는 것은 문제이며 빨리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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