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펀드 바람이 거세다. 연초부터 씨티은행을 필두로 일부 시중은행이 해외 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탓이다. 운용사들도 때를 놓칠세라 각종 해외 펀드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공격적인 해외 펀드 마케팅은 ‘해외에 투자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막연한 기대까지 더해져, 자칫 ‘묻지마 투자’의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실 해외 펀드는 분산투자의 이점만큼이나 위험성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국내 펀드에 투자할 때보다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 펀드의 대부분은 해외 채권형 펀드를 편입한 채권형이나 혼합형이어서 금리 변동에 상당히 민감하다. 국내 채권형 펀드가 보통 3년물 등 단기채를 편입해 운용하는 반면, 해외 채권형은 금리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10년물 등 장기채를 많이 편입한다.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대개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지금은 미국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는데다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태다.
주식형 펀드라고 해서 사정이 꼭 나은 것은 아니다. 국내 주식시장과는 달리, 해외 주식시장의 변화나 전망에 대해 국내 투자자들이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다. 당연히 가입과 환매 시기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과거 한국 증시처럼 한 해 수십%의 수익률을 거두다가도 다음 해에는 두 자릿수 하락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환율도 문제다. 환 헤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투자자는 그만큼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물론 환율 하락에 따른 손해를 막기 위해 보통 1년 단위로 환 선물계약을 하지만, 이는 거꾸로 환매 시기를 제약하는 단점이 있다.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는 사전에 전문가의 조언을 국내 펀드보다 더 충분히 구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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