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출근길, 40대 가장의 상념
아침 5시가 조금 넘었다. 평상시 보다 한시간 정도는 일찍 눈이 뜨인 것 같다. 내가 뒤척거리는 느낌에 집사람도 잠에서 깬 것을 보고는 아침끼니를 부탁한다. 오늘 아침 회사에서 업무지식평가를 위한 테스트가 있을 예정이다.
크게 내세울 것 없이 직장에 나가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데, 그 평가에서 평균 이하의 평가가 내려 질 상상을 해본다. 내가 처한 위치, 그리고, 내 자존심 때문에 마음이 편할 것 같지 않았다. 물론 누구도 그런 상황에서 마음 편할 수 있을까마는.
평상시 수행하는 업무를 문서화, 문제화해서 테스트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제 퇴근길 전철에서, 그리고 집에서도 잠들기 전까지 관련된 문서를 읽으면서 마음이 착잡했는데…. 그런 저런 것이 새벽잠을 설친 이유였으리라. 몸은 연신 식탁으로, 세면장으로, 거울 앞으로 바쁘게 이동을 한다.
오늘도 그렇게 정확한 시각에 집을 나섰다. 전철역까지 평소 걸음걸이로 십일분. 집 앞에서 50m 정도를 걸어 성당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돌면 150 m 앞에 구청 사거리가 나오고, 그 사거리에는 신호등이 있다.
신호등을 한번 걸르면 3~4분. 그러면 10여분 후에나 오는 다음 전철을 타야만 한다. 멀리 보이는 신호등의 흐름으로 보아 20여초후면 파란신호등으로 바뀌어 건널 수 있을 것 같다.
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옆으로 빈 택시가 눈치를 보듯 어슬렁거리며 스쳐간다. 걸음이 점점 빨라지다, 이내 어깨에 멘 가방이 흔들리지 않게 부여잡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5시52분. 대로변에서 그렇게 뜀박질을 하며 생각한다.
잠에서 제대로 깨지도 못한 채 이 새벽 중년의 이 나이에 왜 이렇게 달려야 하는 건지, 꼭 이렇게 달려야만 세상의 틀 속에서 삐져나오지 않는 것인지…. 이렇게 새벽마다 달리는 모습을 누가 보고있지는 않은지….
헉~~~. 간신히 길을 건너 격한 숨을 몰아 쉬며 전철역사에 도착한다.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열차가 통과하는 굉음과 진동을 느낀다. 이 새벽… 내 마음도 오늘따라 유난히 흔들린다. 한국에서 40대 후반의 가장으로 살아 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
산사의 바람 (http://blog.empas.com/soosyon/7293913)
■ 똑같은 漢字, 바다 건너 홍콩에선…
20여년 전 우리나라를 떠나 이 곳 홍콩에 왔을 때 한자가 우리와 다르게 쓰이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예를 들어 ‘공사(公司)’는 우리나라 같으면 큰 공기업에나 붙일만한 것인데 여기서는 세탁소든, 빵집이든, 문방구든 사업체는 크나 작으나 다 공사다. 한번은 ‘야총회(夜總會)’ 간판을 보고 밤에 무슨 대단한 회의를 하나 했다가 나이트클럽 임을 알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친구와 다니다가 이런 것을 발견할 때마다 웃곤 했다. 버스 타는 것을 ‘상차(上車)’라고 하는 건 그렇다 해도, 내리는 것은 ‘하차’가 아닌 ‘낙차(落車)’다. “야, 우리 내릴 때 떼굴떼굴 굴러 떨어지자.” 또 한참 깔깔거렸다. 광둥어는 유달리 속어, 은어가 많다. 자기들끼리 통하는 재미있는 말들은 제대로 번역도 할 수 없고, 해도 맛이 나지 않는다.
닭은 헤픈 여자의 의미가 있고 멍청한 사람은 돼지머리다. ‘신발을 닦는다’는 아부한다는 얘기고, ‘오징어를 볶는다’는 직장에서 자른다는 뜻이다. 특히 인종차별적인 말이 많은데 ‘귀로(鬼老)’는 흰 얼굴이 귀신 같다 해서 백인을 가리키고, 마찬가지로 흑인은 ‘흑귀(黑鬼)’다.
일본사람은 ‘무우머리’라고 하는데 아마 단무지를 많이 먹는다 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한국사람에 관한 표현은 달리 들은 적이 없다. 여기서도 요즘 한류 인기가 높은데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대뜸 “대장금 봤느냐”고 묻는 정도다.
물론 점잖은 이들은 속어를 쓰지 않는다. 여하튼 재미있는 표현이 많은 것이 광둥어다. 하긴 우리말도 그렇다. 중년 남자들을 ‘비에 젖은 가랑잎’(아내한테 안 떨어지려 해서)이라고 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 너무 웃었다. 이것도 번역으로는 느낌이 전달되지 않을 듯 싶다.
kate fung (http://blog.daum.net/loveall-life/138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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