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과정이 너무나 재미있고, 이번 역할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와요."
연극 배우 박정자(63)씨가 4월15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주연을 맡아 무대 인생 43년 만에 아동극에 첫 도전한다.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은 독일 동화작가 엘리자베트 슈티메르트의 ‘아이, 할머니 그리고 커진 귀’(Kinder, Krach Und Grosse Ohren)를 위기훈씨가 우리 정서에 맞게 재창작한 ‘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를 무대에 옮긴 작품이다. 위층에 이사 온 두 아이의 소음을 참지 못하는 아래층 할머니가 심술을 부리다가 귀가 커지는 이상한 병에 걸리고, 주치의가 권한 기발한 치료법을 통해 할머니가 병을 고쳐가면서 가족 사이에서 생겨난 상처도 치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정동극장이 기획하고 어린이문화예술학교(대표 김숙희)가 제작한다. 박씨는 나이에 걸맞게 할머니 역으로 출연한다.
"6·25 전 예닐곱 살 때부터 부민관(현 서울시의회의사당)에서 연극을 보기 시작했어요.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가 굉장히 큰 선물을 받은 것으로 여기고 있어요. 40여년 연기 생활을 하면서 이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하지 않나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할머니의 모습이든 아이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박씨는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을 이미 오래 전에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동화로 담아 2002년 출간한 ‘얘들아 무대에 서면 신이 난단다’(최자영 작)도 그런 노력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는 "‘원술랑’에 출연한 납북배우 김선영을 자신이 아직도 기억하는 것처럼 이번 연극을 보게 될 아이들이 박정자라는 배우를 잊고 살 수는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런데 착한 역할만은 아니어서 걱정도 되네요."
충분한 출연료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무대장치를 위해 돈을 갹출하려 할 정도로 그의 이번 공연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이렇게 공들여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19 그리고 80’처럼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도 제 레퍼토리 작품으로 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연출을 맡은 한태숙(55)씨도 아동극은 이번이 처음. ‘레이디 맥베스’ ‘서안화차’ ‘꼽추, 리차드 3세’ 등 무겁고 어두운 작품을 주로 해온 그의 행보를 돌아본다면 의외다.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고, 소재가 재미있어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한씨는 "극적 감동보다는 기상천외한 소품이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아이들이 보고 즐거워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온갖 바퀴 달린 소품과 박정자씨의 인형이 등장하는, 시적이면서도 밀도 있는 작품이 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5월15일까지. (02)751-1500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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