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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V 이어 DMB 등장…지상파TV 무한경쟁 속으로/ '시청률 지상주의' 가속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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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V 이어 DMB 등장…지상파TV 무한경쟁 속으로/ '시청률 지상주의' 가속화 우려

입력
2005.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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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에 의해서만 나와 내 프로그램이 평가되는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PD로서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한국방송프로듀서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한 지상파 방송사 PD의 고백이다. 2월 종영한 SBS ‘유리화’의 연출을 맡은 이창순 PD는 "매일 환율처럼 공시되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드라마는 하나의 기획 상품에 불과하다"고 고백했다. MBC의 한 책임PD도 "시청률은 광고 매출과 바로 직결되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과 관리 측면에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매일 아침 시청률 조사 결과가 성적표처럼 지상파TV 3사의 사장, 제작본부장과 드라마국장, 팀장은 물론 일선 PD들에게까지 배포되는 상황에서 시청률은 프로그램의 평가와 직결된다. 그래서 KBS는 선정성의 수위가 도를 넘은 2TV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을 방송하고 있고, SBS는 ‘일요일이 좋다’의 수준이하 말싸움의 결정판인 ‘당연하지’ 코너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MBC는 시청률이 낮았던 ‘단팥빵’ 종영 이후 일요 아침드라마 편성을 포기했다.

지상파 3사가 1995년 4월 "시청률 조사 의뢰를 중지하고 시청률 경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가 20일 만에 KBS의 아침드라마 부활을 계기로 ‘시청률 전쟁’을 재개한 지 10년이 지난 한국 방송의 현실이다. 드라마의 소재 편중, 조기종영과 연장방영을 포함한 교묘한 편법 편성, 오락프로그램의 저질화 등 선정적인 VJ 프로그램…. 시청률 지상주의가 양산해낸 부작용으로 한국 방송은 몸살을 앓는 중이다.

시청률 지상주의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 시작 등 본격적인 다매체 시대를 맞아 한층 맹위를 떨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와 케이블 TV를 합쳐 2004년 기준 약 2조6,100억원(제일기획 집계)에 달하는 방송광고시장을 놓고 방송 매체들이 ‘약탈적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지만 시청률 말고 달리 광고주들을 유인할 수 있는 지표가 없기 때문. KBS 방송문화연구소 김대식 연구원은 "마땅히 대안이 없고 유료 방송시장과 무료 방송시장 모두가 광고시장에만 매달리고 있는 방송시장의 상황이 계속되는 한 삐뚤어진 형태의 시청률 지상주의는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가 2006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수용자평가지수(KI)는 프로그램 평가가 100% 시청률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책. 시청률 조사와 방송사 이미지를 포함해 방송사 프로그램의 내용과 편성, 운영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KBS(PSI), MBC(QI), SBS(ASI), EBS(EPI)가 각자 자체 프로그램 질 평가 체계를 개발, 내부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공신력을 인정 받지 못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문화연대 매체문화위원회 활동가인 김형진씨는 "다양한 공익지수나 방송지수가 만들어졌지만 시청률에 대한 맹신 때문에 실효성이 없었다"며 "여러 기준에 따른 평가 결과가 언론을 통해 공표되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시청률 이외의 다른 프로그램 평가 정보를 획득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 시청률 개선 어떻게/ "데이터 불과…승·패 덧칠 왜곡 해석 말아야"

우리 방송가를 지배하고 있는 ‘절대 문화권력’ 시청률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한국의 시청률 조사 시장은 유럽의 대표적 시청률 조사 기업인 AGB그룹과 AC닐슨이 합병, 4일 탄생한 ‘AGB닐슨미디어리서치’와 1998년 당시 MSK(AC 닐슨의 전신)의 독점체제를 깨고 등장한 ‘TNS 미디어 코리아’가 양분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패널로 선정된 가구의 TV에 켜고 끈 상태와 채널 변경 등을 자동으로 체크하는 미터기를 달아 조사를 하는 ‘피플미터’ 방식을 사용한다. AGB닐슨은 전국 1,550가구를, TNS 미디어 코리아는 1,500가구를 표본 가구로 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패널 선정의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매년 표본 가구의 20%씩을 교체한다.

이들 두 회사의 시청률 조사 결과는 2000년 발족한 ‘시청률조사검증협의회’를 통해 검증된다. ‘시청률조사검증협의회’에는 지상파 3사와 광고대행사 대표 3인, 그리고 학계 대표인 조성호 경북대 신방과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두 회사에게 ‘패널 확대를 통한 오차 범위 축소’ 등을 비롯한 다양한 개선안을 내놓고 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와 TNS 미디어 코리아는 DMB 출범을 맞아 핸드폰에 시청률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는 칩을 부착하는 새로운 틀의 시청률 조사 방법을 개발했다.

조성호 교수는 "한국의 시청률 조사 방식 자체에는 문제가 별로 없다"면서 "조사 결과를 놓고 방송사와 언론이 ‘승리’ ‘패배’ 같은 자극적 언어를 동원해 왜곡해 해석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청률 조사기관이 표본 가구수를 늘려, 보다 세분화된 시청률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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