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일부 초등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을 무시하고 1·2학년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에게 배식 당번을 강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시교육청은 17일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에게 학교 점심 배식을 의무적으로 시키지 말라"는 내용의 저학년 급식제도 개선방안을 마련, 전체 초등학교 559곳에 시달했다. 맞벌이 등 시간을 낼 수 없는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여론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박모(37·여)씨는 "시교육청 지침이 나온 이후 학부모총회에 갔더니 ‘자원봉사를 거부하면 아이들에게 급식을 줄 수 없다’는 식으로 몰고 가더라"며 "이후 희망 여부를 묻지도 않고는 내달 1일부터 2명씩 나오라는 급식 당번표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형식적으로 자원봉사 동의서를 보낸 뒤 이에 응하지 않는 학부모에게 당번을 강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동작구 A초등학교 2학년 일부 학급의 경우 담임교사가 급식 자원봉사 동의를 하지 않은 학부모 모두에게 전화를 직접 걸어 결국에는 동의를 얻어냈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학부모 김모(38·여)씨는 "‘자녀들을 위해 한달에 한번도 봉사할 수 없느냐’는 교사의 전화를 받고 어쩔 수 없이 당번에 응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학부모는 "희망서를 안 보냈더니 아이가 ‘안 갖고 오면 밥을 못 먹는다고 선생님이 그러셨다’고 해 기가 막혔다"고 분개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8일 "일선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급식 당번을 강제 할당하는 등 제도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항의가 많다"며 "앞으로 교육 당국의 지침을 지키지 않는 학교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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