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월곡동 집창촌 속칭 미아리 텍사스 화재로 성매매 여성 5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지만 업주들과 성매매 여성 지원단체들이 재발방지책 마련에 대한 논의보다 분향소 설치, 생존자 신병확보 등을 두고 소모적인 기싸움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 4개 성매매 여성 지원단체는 2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사망자 5명의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장례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집창촌 업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시민단체 인권뉴스 측이 이미 이날 오전부터 집창촌 인근에 분향소를 만든 것에 대한 맞대응이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업주들이 만든 분향소에 가서 조문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재가 발생한 27일 밤에는 박모(27)씨 등 사고 현장에서 무사히 빠져 나온 생존자 3명의 신병을 확보하려는 전쟁이 벌어졌다. 다시함께센터 자립지지공동체 등 성매매 여성 지원단체 회원들은 사고 직후부터 현장을 지키다 결국 오후 8시께 서울 종암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서는 생존자 3명을 서울의 모 쉼터로 데리고 갔다. 업주 측은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생존자 송모(30)씨를 만나기 위해 오후 9시30분께 중환자실을 찾았지만 지원단체 회원들의 제지로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오후 11시께 쉼터에 있던 생존자 3명 가운데 박씨와 이모(27)씨를 불러내 데리고 가는 데 성공했다. 지원단체 관계자는 "박씨 등이 쉼터에서 나가 약속장소인 업소 인근 한 병원 앞에 가자 업주 측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납치해갔다"고 주장했다. 업주 측 관계자는 "쉬고 싶다고 해서 인근 찜질방으로 데려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오후 10시30분께는 화재 현장 앞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장하진 여성부 장관과 함께 지원단체 회원이 사고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나오자 업주 몇 명이 "왜 당신들이 애들을 데리고 갔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지원단체 회원들은 "그 쪽에서 먼저 데리고 가려고 했다"고 맞대응했다. 양측은 서로 "이번 사고에 대해 우리 측에서 더 슬퍼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이 감금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이를 두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지원단체 측은 "(사고 현장이) 여성들이 창문을 통해 빠져 나갈 수 없도록 철판 등으로 막아 놓았고 옥상으로 통하는 문 역시 막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매매 특별법 반대 시민모임’은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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