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류독감 발생을 공개하고 나섰다. 북한 체제의 속성과 어려운 식량사정으로 보아 대단히 이례적인 조치이다. 그만큼 피해가 심각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셈이다.
남북의 인적, 물적 교류가 잦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조류독감 만연은 남쪽으로의 감염 확산 우려를 드리운다. 다행히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감염은 없었고,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어 그런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고 한다.
북한산 육류는 들여온 적이 없고, 최근 닭고기 반입이 승인됐으나 첫 반입 이전에 이미 중단됐다. 남북을 오가는 사람이나 차량은 오래 전부터 소독을 계속해 왔고, 기류를 통한 감염은 아직 국제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또 철새들이 북상하는 철이어서 철새 이동에 따른 감염 우려도 희박하다. 무엇보다 사육 농가의 최종 방역이 철저해 국제수역(獸疫)사무국(OIE)이 한국을 조류질병 대응 모범국가로 꼽을 정도다.
그렇다고 대비 태세에 소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근거 없는 우려가 국내 닭고기 시장에 엉뚱한 바람을 몰고 와 농민과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도 더욱 방역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리의 또 다른 관심은 북한의 조류독감 퇴치를 지원, 답보상태에 놓인 남북 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없을까 하는 점이다. 아직 북한의 분명한 요청은 없지만 언제든 조류독감 전문가를 파견하고, 진단장비나 소독약 등의 지원에 나설 수 있는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북한은 최근 식량난 타개와 주민 영양 증대, 외화 획득 등 다목적으로 닭과 오리, 타조와 칠면조 등 가금류의 사육에 힘을 기울여 왔다. 경제적 손실도 크지만 당장 먹거리 감소에 따른 주민들의 고통이 떠오른다. 이들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덜어 주려는 마음가짐이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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