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일 뿐이다."
28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파72·6,460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나비스코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도 4타를 더 줄이면서 시즌 첫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합계 15언더파·상금 27만달러)을 차지, 18번홀 그린 옆 연못에 뛰어드는 챔피언세리머니를 즐기느라 온 몸이 흠뻑 젖은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표정에는 아직 ‘허기’가 남아있었다. 소렌스탐은 우승인터뷰에서 남은 3개 메이저대회까지 모두 독식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올 시즌 3개 대회를 포함, 최근 5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소렌스탐의 기세를 놓고 현지 언론은 소렌스탐이 사상 초유의 한 시즌 그랜드슬램을 넘어 전대회 우승의 신화를 쫓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예측은 결코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이 대회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언더파를 기록한 소렌스탐과 2위 로지 존스(미국·7언더파)와는 무려 8타차. 같은 프로골퍼라도 소렌스탐에게는 핸디캡을 받고 쳐야 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까지 나올 법하다. 박지은(나이키골프·공동 5위 4언더파)은 "이번 대회에서 소렌스탐은 다른 선수들보다 얼마나 앞서 있는지 보여줬다"며 고개를 떨궜다. 27년 전 자신이 세운 5개 대회 연속 우승 기록과 타이를 이룬 소렌스탐에 대해 낸시 로페즈(미국)는 "타이거 우즈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단언했다.
바둑으로 친다면 소렌스탐은 골프9단의 ‘입신(入神)’의 경지에 올라있다. 이번 대회 소렌스탐의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평균 271.5야드(1위), 그린 적중률에서도 81.94%(1위)로 장타력과 정확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무엇보다 소렌스탐은 승부근성과 경기운영 능력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다. 소렌스탐은 2라운드 16번홀부터 39홀 연속 노보기 행진을 이어갈 동안 꼭 넣어야 할 2m 안팎의 결정적인 퍼트(Clutch Putt)를 반드시 성공시키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이틀 동안 같은 조에서 추격에 나선 로지 존스는 "소렌스탐이 조바심내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다"며 경외감을 표시했다.
이혼과 35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력해진 소렌스탐의 카리스마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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