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류독감, 남북대화 재개 물꼬 틀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류독감, 남북대화 재개 물꼬 틀까

입력
2005.03.29 00:00
0 0

북한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9개월째 경색된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북한이 27일 이례적으로 전염병 발생 사실을 공개한 의도는 외부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정부는 북측이 공개하는 조류독감 정보와 지원요청을 보고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혀 북측의 태도에 따라 남북관계 해빙 정도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8일 대책회의를 갖고 ‘선(先) 북측의 정보공개 후(後) 지원’으로 방향을 정했다. 북한이 방역작업을 하고 상황을 정확히 알린 뒤 요청을 한다면 최대한 돕겠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우선 북한 내 조류독감을 막기 위해 남북 교류인력 물자에 대한 방역작업을 철저히 하기로 했다. 또 조류독감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과 함께 남쪽으로 전염되지 않을 조치를 취하라고 북측에 촉구했다.

이 같은 입장은 지난해 4월 용천역 폭발참사 직후 구호회담을 북측에 먼저 제의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조류독감은 일반 구호문제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부터 알고 도울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엔 정부가 최근 북한에 느끼는 실망감이 배어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2·10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 보유 선언을 하는 과정이 그 동안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원점으로 돌리는 배반 행위였다는 게 정부 고위층의 인식이다. 결국 정부의 노력은 무시한 채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겠다는 북한의 의도를 다시 용납하지 않겠다는 기조 아래 과거와 달리 "필요하면 너희가 먼저 요청하라"는 식의 입장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부에는 용천역 폭발참사 지원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북측이 협조를 요청하면 약품, 장비, 기술 등을 적극 지원할 뜻도 내비쳤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 입장은)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당시 긴급 구호물품 지원을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여러 차례 열려 남북간 상호 이해 도를 높였고, 북한 내부에 외부와의 교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정부는 조류독감 방제와 지원과정에서 북한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동시에 꼬여있는 남북관계를 풀 단초를 마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는 셈이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일단 북측과 만나게 되면 조류독감 방역 뿐만 아니라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