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TV’ 시대가 활짝 열렸다.
방송위원회가 28일 수도권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자 6곳을 확정함에 따라 이르면 5월 지상파 DMB 서비스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 여기에 위성DMB 사업자 TU미디어도 5월 본 방송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미디어 시장에 대격변이 일어날 전망이다.
◆ 방송의 개념이 바뀐다
지상파 DMB는 지난해 디지털TV 전송방식 논란과정에서 지상파TV의 이동수신 보완매체로 규정됐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방송’ DMB는 단순히 TV에 이동성을 부여하는데 그치지 않고, 방송의 개념자체를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DMB 전문가인 김국진 박사는 "방송사가 똑같은 내용을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주는 ‘매스 미디어’에서 개인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즐기는 ‘퍼스널 미디어’로 무게중심이 옮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울러 방송·통신·인쇄 등 매체 융합 서비스의 등장이 한층 활발해져 다양한 콘텐츠가 매체간 벽을 넘어 이동하고 경쟁하는 등 미디어시장 전반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 지상파DMB냐, 위성DMB냐
DMB는 전송방식에 따라 지상파와 위성 DMB로 나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전자가 무료, 후자가 유료 서비스라는 점 외에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지상파 DMB와 위성 DMB는 서비스 초기부터 같은 시장을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지상파 DMB의 최대 강점은 무료라는 점. 그러나 광고 외에는 수익모델이 없고,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TU미디어는 전국 단일사업자로 마케팅 면에서도 우위에 있지만 유료(가입비 2만원, 월 1만3,000원) 서비스에 걸맞은 차별화한 콘텐츠를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전망도 다소 엇갈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2010년 DMB 전체 가입자수는 1,450만명이며, 지상파가 850만명, 위성이 600만명으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2010년 지상파 DMB가 1,026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431만명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위성 DMB를 압도할 것으로 점쳤다.
◆ 지상파DMB 활성화 과제
지상파 DMB의 가장 큰 난제는 음영지역 해소 등 안정적 서비스망 구축에 필요한 400억~500억원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지상파TV 사업자의 경우 기술적으로는 5월 본 방송에 전혀 무리가 없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서비스 시기가 상당기간 늦춰질 수밖에 없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제휴사들을 중심으로 일부 유료화 방안이 제기됐지만, 언론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현재 국무조정실 산하 멀티미디어협의회에서 해법을 논의중인 가운데, KBS 등은 ‘보편적 서비스’란 취지를 살려 방송발전기금 등 공적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위성 DMB의 지상파 재송신, 통합단말기 공급 여부도 큰 변수다. KBS 관계자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TU미디어가 지상파와 위성 DMB를 모두 수신할 수 있는 통합단말기를 내놓으면 지상파 재송신을 허용해도 좋다"고 주장했다. 한 단말기로 두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경우 무료인 지상파가 유리할 것이란 계산에 따른 것. 그러나 개별 단말기 가격이 80만~100만원인 현실에서 당장 적정한 가격대의 통합단말기 상용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밖에 TU미디어와 달리 유통망이 없는 지상파 DMB 사업자들이 마케팅 활로를 어떻게 개척하느냐, 비 지상파TV군 사업자들의 경우 망 구축 외에 시설확보에 들어갈 막대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느냐도 숙제로 남아있다. 방송위는 "지상파 DMB 조기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들간 공동협의체구성 유도 등 정책적 지원을 다각도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 어떻게 운영되나/ 각종 미디어·콘텐츠 업체와 "경쟁력 확보" 합종연횡
방송위가 28일 발표한 6개 지상파 DMB 사업자는 경쟁력 우위확보를 위한 각종 미디어와 콘텐츠 생산업체간의 합종연횡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상파 사업자의 경우, MBC에 비해 라디오 채널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KBS는 케이엠엠비와 CJ미디어에 라디오채널을 임대하고 나머지 1개의 자체 운영채널은 음악전문채널로 구성했다. 반면, MBN과 아리랑방송에게 2개 라디오채널을 임대한 MBC는 자체 라디오 운영채널을 종합채널로 편성, ‘손석희의 시선집중’ ‘여성시대’ 등 MBC 라디오의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게 된다. LG텔레콤, 한겨레신문에 데이터 채널을 임대한 SBS는 그간 약점으로 꼽혀온 보도기능 강화를 위해 비디오 채널의 경우 낮 시간대 매시간 뉴스를 편성할 방침이다.
비지상파 사업자 군은 물론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평가 점수를 얻은 YTN DMB의 경우 24시간 뉴스 전문 케이블채널 YTN과 연예전문채널은 YTN스타의 콘텐츠를 활용하는 비디오 인포테인먼트 채널로 꾸민다. CBS가 주요 주주로 참여해 라디오채널을 생활교양채널로 운영하게 되는 한국 DMB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쌍방향프로그램으로 시민참여를 유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DMB에는 CBS외에도 오마이뉴스·이데일리·전자신문인터넷 등이 참여했다.
피에스케이 등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고 머니투데이·스투닷컴·스포츠서울21· 한경TV · 기독교TV등이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있는 케이엠엠비는 두 개의 비디오채널 중 하나를 KBS 2TV에 임대했다. 그런 만큼 생활·경제 정보는 물론 재난방송시스템을 구축, 공익채널로 성격을 분명히 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 장비 업체들 "신난다"
28일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사업자가 선정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관련 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DMB는 무료라는 점 때문에 위성DMB보다 가입자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어 단말기 시장이 덩달아 커질 것"이라며 "이번 지상파DMB 사업자 선정은 세계 최고 수준을 가진 한국의 DMB 제품과 서비스의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지상파 DMB폰(모델명 B1200)을 5월 지상파 DMB 상용화에 맞춰 출시할 예정이다. 이 모델은 130만 화소 카메라, 26만 컬러, TFT-LCD, MP3, TV연결 기능 등을 갖췄으며 각종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았다.
LG전자도 5월 비디오그래픽어댑터(VGA)보다 화질이 뛰어난 QVGA급 액정화면(LCD)을 장착한 지상파 DMB폰(모델명 LT1000)을 내놓고 다음달에는 200만 화소급 위성 DMB폰(모델명 SB120)을 출시한다. 팬택앤큐리텔은 6월에 ‘가로보기’ 화면을 적용한 위성 및 지상파 DMB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벤처업체 이노에이스는 지난달 차량에서 위성DMB를 시청할 수 있는 차량용 위성DMB 수신기를 국내 처음으로 출시했다. 5월에 개인휴대단말기(PDA)와 휴대폰을 결합한 스마트폰 형태의 위성 DMB폰(모델명 B300)을 내놓을 예정인 싸이버뱅크는 "지상파 DMB폰은 차량용 수신기와 휴대폰 가운데 어느 형태가 유망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출시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DMB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수출전망도 밝다. 현재 위성 DMB를 상용화한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다. 미국에서는 오디오 개념의 위성 DMB가 서비스되고 있다. 특히 동영상까지 완벽하게 구현되는 지상파 DMB는 우리나라가 세계 처음이다.
유럽 지역은 우리보다 기술이 떨어지는 DAB방식을, 중국은 무선랜을 이용한 AP DMB를 실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의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DMB가 수년 내에 또 하나의 수출동력으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 EBS 반발 "심사 불공정…소송 방침"
EBS가 심사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소송 방침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EBS는 지상파TV사업자군 심사평가에서 3위를 차지한 KBS과 불과 5.17점 차이로 탈락했다. 이효성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EBS는 기술 부문이 취약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BS는 28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방송위가 당초 제출된 사업계획서대로 심사하지 않고 2주간의 보정기간을 줘 게임의 룰을 바꿔버렸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업자들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임대채널 사업계획을 수정할 기회를 줌으로써, 편성 전문성과 사업계획 적정성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EBS가 거꾸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이다.
EBS는 또 "심사위원에 같은 대학 같은 과(연세대 신문방송하과) 교수 2명이 참여한 것도 불공정한 심사의 증거로 의심 받기에 충분하다"면서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방송위는 이에 대해 "사업계획서 보정은 EBS를 포함해 모든 신청 사업자에게 요구한 것이며, 심사위원의 경우 언론학회와 방송학회 추천자들 중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을 제외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BS 관계자는 그러나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이미 법률 검토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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