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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태백산맥 11년만에 국보법 무혐의 처리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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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태백산맥 11년만에 국보법 무혐의 처리될 듯

입력
2005.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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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태백산맥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지 11년 만에 검찰에서‘무혐의’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사건 최종 처리 방침으로 4월 초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김수민 2차장검사는 28일"태백산맥 사건이 법리검토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구본민 부장검사)는 24일 작가 조정래(사진)씨에게 조씨의 언론 인터뷰 내용 등 추가자료를 받아 막바지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한 대검 공안자문위원회의 의견수렴 결과, 무혐의 처리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태백산맥에 적용된 국보법 조항은 한나라당조차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제7조 ‘찬양·고무죄’다. 이 죄목은 저자가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책을 출판했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증명돼야 처벌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 목적의식을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아 수많은 시국사범이 양산됐지만, 검찰은 태백산맥 사건에서 조씨에게 이적목적 또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민족의 아픔을 묘사하고 화합을 희망하는 것을 ‘북한에 동조한 것’과 같이 해석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검찰이 문학성을 인정받은 대하소설로서 이미 650만부나 판매된 책을, 폐지논의가 불붙고 있는 국보법의 테두리 안에 가두지는 못하리라는 것은 법조계 안팎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그 동안 눈치를 보아오던 검찰이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한 데에는 국보법을 둘러싼 이 같은 상황변화가 작용했다. 송광수 검찰총장도 최근 자신의 임기 중(4월 2일)에 사건 처리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백산맥 사건이 장기미제가 된 것은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공소시효가 갱신되는 사건의 특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검찰이 미묘한 문제를 피해가기 위해 사건처리를 미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1994년 4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모씨 등이 국보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그 해 9월 유죄 취지로 검찰에 송치했고, 10년 동안 10여 차례 주임검사와 부장검사가 바뀌었지만 번번이 사건 처리는 후임자에게 미뤄졌다.

그 동안 모 부장검사는 소속 검사 전원에게 태백산맥을 공안검사의 눈으로 다시 면밀히 읽으라고 지시해 때아닌 독서 열풍이 불기도 했고, 새로 사건을 맡은 검사는 가자마자 태백산맥을 읽기 시작해 임기 중에 다 읽지 못하고 다음으로 넘기고 나온다는 일화도 전해졌다.

조정래씨는 검찰의 사건 마무리 방침에 대해 "국보법이 없어지면 자동으로 사라질 사건이지만 검찰이 스스로 마무리 짓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며 "고발자가 있어 조사하지 않을 수 없던 사건으로 검찰로서도 곤혹스러운 10여 년의 세월을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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