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서울 신림동에서 한 외국계 담배회사의 배달차량이 통째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럭을 운전하던 배달사원이 차 열쇠를 꽂아둔 채 소매점에 잠깐 배달 나간 사이 차가 사라진 것이다. 트럭에 그려진 요란한 로고 덕분에 인근 공터에서 바로 발견됐지만, 차량에 실려있던 담배는 이미 절반 이상이 사라진 후였다.
지난해 말 담배가격이 오른 후 크게 늘어난 ‘담배도둑’ 때문에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담배도둑들은 소매점에서 소량의 담배를 훔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저장창고를 노리거나 트럭을 통째로 훔쳐가는 대담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KT&G, JTI코리아, BAT코리아 등 국내외 담배 업체들은 실태조사와 함께 도난방지장치 설치, 직원교육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KT&G는 이달 초 전국 146개 모든 지점에 담배 도난 실태를 보고하도록 하고 대규모 도난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또 배달사원들에게 가스총을 소지하도록 하고, 차량을 비울 땐 잠금 장치를 반드시 채우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BAT코리아는 대규모 도난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고 배달사원들의 몸에 부착할 수 있는 개인 경보기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담배 가격이 많이 올라 트럭 하나만 털어도 2,000~3,000만원의 큰돈을 만질 수 있는데다, 장물 유통이 비교적 쉬워 담배가 도둑들의 좋은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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