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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街 친일청산 ‘회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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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街 친일청산 ‘회오리’

입력
2005.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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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일제잔재 청산위원회가 28일 친일 고대인 10명의 명단을 밝히면서 전국 주요대학에서 친일청산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학교마다 노선이 다른 총학생회가 친일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데다 학생운동권의 내부 조직들도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해방(NL) 계열인 고려대 총학생회와 민중민주(PD)계열인 고려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로 구성된 일제청산위는 이날 설립자 김성수(1891~1955)를 비롯해 선우순(1891~1933·보성전문 법률과 졸) 이각종(1888~?·보성전문 법률과 졸) 이병도(1896~1989·보성전문 법률과 졸) 신석호(1904~81·고려대 교수) 유진오(1906~87·고려대 총장) 조용민(1909~95·고려대 영문과 교수) 최재서(1908~64·보성전문 법학전문학교 교수) 고원훈(1881~?·보성전문 제6대 교장) 장덕수(1894~1947·보성전문 교수) 등 친일행적이 뚜렷한 10명의 친일 설립자·동문·교수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은 그동안 민족주의 사학계에서 친일인사로 거론됐던 인물들로 고려대 출신인 선우순 이각종 이병도 등 3명을 제외하곤 모두 이 학교 총장 교장 교수를 지냈다. 유병문 총학생회장은 "지금까지 대학에서 친일청산이 한번도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어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따로 발표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김성수 동상 철거 등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고려대 총학생회가 주도하는 일제청산위가 이날 친일 고대인 명단을 밝혔음에도 함께 참여했던 PD계열의 고려대 민주노동당 학생위는 총학의 움직임에 조심스럽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학생위 관계자는 "김성수 동상 철거를 통해 친일과 완벽한 선을 긋지 않는다면 명단 발표는 의미가 축소된다"고 주장했다.

비운동권이 주도하는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날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백낙준 전 총장에 대한 공과를 모두 적은 게시판을 동상 앞에 영구적으로 설치해 평가를 개인에게 맡겨야 한다"며 "친일인사 문제를 민족감정으로 막연하게 접근하기보다는 역사적이고 교육적인 고찰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 대학 민노당 학생위가 주장하는 백 총장 동상 철거는 물론, 고려대 총학생회식의 친일 명단 발표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역시 비운동권인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상징적인 차원에서 동상철거를 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철거가 능사가 아니라 이들의 공적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화여대 민노당 학생위는 김활란 초대 총상의 동상철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유진 학생위원장은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까지 공적은 충분히 거론돼 왔다"며 "더욱 중요한 것은 친일 행적자들이 해방 이후 친일을 반성한 적은 없고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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