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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바람의 말을 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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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바람의 말을 들어보라

입력
2005.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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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 들은 우스갯소리 중에 이런 것이 있다.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에 온 미국인이 통역을 통해 우리나라 말을 배우려고 했다. 전쟁중이라 그는 많은 죽음을 대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는 통역병이 물을 때마다 주검 앞에서 전혀 다른 말을 하는 것이었다.

죽었다, 전사했다, 돌아가셨다, 운명했다, 하늘로 갔다, 목숨이 끊어졌다, 숨이 끊겼다, 눈을 감았다, 밥숟가락 놓았다, 골로 갔다, 쎄가 빠졌다 등 그때마다 전혀 다른 말을 하는 것을 듣고 한국말 배우기를 포기했단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말보다 더 많은 게 바람에 대한 말이다. 태풍에서부터 산들바람까지 바람의 강도에 대해서도 열 가지 이름이 넘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서도 모두 다른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동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부터 보자면 새바람(동풍), 마대바람(동남풍), 갈바람(남풍), 백사장골탱이(남서풍), 대관령내기(서풍), 갈기바람(북서풍), 금강산내기(북북서풍), 급새바람(북풍)등. 그 중에 어떤 것은 전혀 바람 이름 같지 않아 그 지역 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도 있다. 아마 다른 지역에도 이런 바람의 이름이 많을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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