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업계에는 유달리 ‘스타’가 많다.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안철수 전 사장의 지적처럼 "10년이 안되는 짧은 세월 동안, 벤처 경영자에 대한 단기적 평가만이 이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불운을 겪은 스타들도 많았다. 롤러코스터 같은 언론의 평가에 쉽게 띄워졌다 쉽게 잊혀지는 벤처 경영인들. 하지만 그들 중에는 인생이 결코 단막극이 아님을 실증해 보이며 재기에 나선 이들도 많다.
전 웹젠 사장 이수영(39)씨는 요즘 서울 역삼동 비전빌딩 4층에 있는 ㈜이젠으로 출근한다. 이젠은 이 사장이 지난해 2월 창업한 인터넷 회사로, 현재 엔터테인먼트 종합포털 ‘우주’(www.uzoo.com)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2002년말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온라인 게임업체 웹젠을 떠날 때만 해도 그의 재기를 기대했던 사람은 별로 없었다. 독신 여성이라는 점 외에도, 웹젠의 ‘쓰라린 기억’ 때문에 험하디 험한 벤처 업계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 사장은 그러나 2004년 10월 장애인 재미교포 검사와의 결혼으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다시 부활했다. 발레리나 출신인 이 사장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힘을 얻는 ‘무대 체질’ 덕분인지 웹젠 경영권 분쟁의 후유증을 딛고 다시 벤처 경영인의 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이 사장은 우주 포털에 대해 "한마디로 노는 포털"이라며 "G세대(게임세대)의 오감을 즐겁게 만드는 콘텐츠만을 엄선해 우주 사이트 한 곳에서 재미와 커뮤니티, 정보와 편리성 모두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IT 서비스 업체인 아이콜스의 대표이사도 겸하면서 이동방송 사업 진출도 엿보고 있다.
왕년의 벤처 스타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이찬진(40) 드림위즈(www.dreamwiz.com) 사장이다. 한글 최초의 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의 개발자로 한글과컴퓨터(한컴)를 창립, ‘한국의 빌게이츠’로 불렸지만 98년 ‘한컴 사태’로 불명예 퇴진했다.
99년 드림위즈를 창업해 재기에 나선 이 사장은 중위권 포털업체들의 치열한 순위 경쟁 한 가운데서 분투하고 있다. 2002년 흑자 전환에 성공, 안정된 수익 기반을 구축한 드림위즈는 지난해 9월 매니아 커뮤니티 인티즌(intizen.com)을 인수해 커뮤니티 서비스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또 국내 최초로 ‘무한 용량’을 내세운 메일 서비스로 호응을 얻으면서 소위 ‘충성도 높은’ 회원들을 확보했다. 이 사장은 올해 안에 3~5개 정도의 영향력 있는 매니아 커뮤니티를 추가 영입하고, 통합 브라우저 ‘위즈캣’과 ‘포토캣’ ‘뮤직캣’ 등 드림위즈 서비스 전용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선보여 선두권 진입을 위한 초석을 마련할 계획이다.
남은 과제는 코스닥 등록. 지난해 예비심사 단계에서 등록 계획을 자진 철회했던 이 사장은 30일 선보이는 서비스 개편이 끝난 뒤 일정을 재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옥션 신화의 주인공인 이금룡(54)씨는 최근 넷피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넷피아의 국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2001년 9월 네띠앙 사장에서 물러난 홍윤선(43)씨는 2003년 4월 이메일 마케팅 업체 웹스테이지를 설립해 재기에 나섰다. 1999년 ‘선영아 사랑해’라는 광고 문구로 인터넷 여성 커뮤니티 열풍을 일으킨 윤웅진(42) 전 마이클럽 사장은 디지털비디오레코더(DVR) 업체인 성진CNC 사장을 거쳐 현재 한국전자인증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아이네트를 설립해 ‘인터넷 전도사’로 불렸던 허진호(44)씨는 98년 외환 위기 당시 아이네트를 외국계 피에스아이넷(PSInet)에 매각한 뒤 2000년 네트워크 관리 솔루션 업체인 아이월드네트워킹을 설립하고, 지난해 7월에는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으로 선임되는 등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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