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이 3조680억원을 들여 한미은행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외국자본이 국내기업 인수에 사용한 돈은 6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3조5,000억원에 비해 80% 가량 급증한 것이며,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인수합병 규모는 36조8,000억원에 달했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998~2004년 7년간 공정위에 신고된 기업결합(M&A) 자료를 분석한 결과, 외국자본이 국내기업을 M&A한 경우는 834건으로 전체(3,706건)의 22.5%에 달했으며, 금액은 36조8,000억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9조2,500억원(132건), 99년 10조8,700억원(168건)으로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인수가 활발했으나, 2000년 3조1,200억원(114건)으로 급감한 후 2002년까지 감소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2003년(3조5,000억원·103건)으로 상승 반전한 후 2004년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인수가 2003년 소버린의 SK㈜ 지분 취득 등을 계기로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지난해에는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나 소니·삼성전자의 LCD합작회사 설립(1조499억원), 씨티은행 출자회사인 매그나칩의 하이닉스 비메모리사업부문 인수(8,606억) 등 대형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올해 M&A시장에도 굵직굵직한 국내기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외국계 자본의 국내기업 인수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아사히와 기린 등 일본 맥주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진로의 경우 인수가가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동아건설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알짜 매물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금융지주와 LG카드도 조만간 M&A시장에 등장할 예정이어서, 1~2년 내 국내 M&A시장 규모는 30조원에 이르게 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이 소유하고 있던 알짜 기업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투기 자본들이 이들 기업을 인수해 단기차익만 빼내가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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