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민주당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던질 수 있는 무난한 승부수다. 그 동안 누구보다 당내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힐러리에게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신과 기도’ 문제에 대해 터놓고 좀더 많은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인 60%가 ‘최소한 하루에 한 번씩은 기도를 한다’는 설문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얼마 전 힐러리는 "나는 항상 기도해 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4년 민주당 대선출마 주자였던 하워드 딘은 "신약 중 욥기를 가장 좋아한다"라는 말을 해서(욥기는 구약이다) 빈축을 샀던 것에 비하면, 힐러리의 발언은 차분한 신뢰가 가는 얘기다. 종교에 대해 좀더 얘기하도록 딘을 부추겼다면 그는 아마 "나는 십이계명(십계명이 아니라)을 삶의 지침으로 삼는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민주당원들은 대개 섹스보다 종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더 편안해 한다. 미국인 70%가 ‘대통령은 강한 종교적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민주당원의 이런 성향이 선거의 승리 여부에 관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낙태 문제가 있다. 힐러리는 지난 1월 낙태에 대해 "많은 여성들에게 슬프고 비극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간 낙태에 대해 무심하거나 심지어 낙태를 지지하는 듯한 입장을 보여 당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다. 1월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 61%가 낙태에 대해 더욱 강한 제재가 필요할 뿐 아니라, 심지어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36%만이 민주당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렇다고 해서 낙태 문제에 대한 중도 의견이 전무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많은 경우 미국인들은 낙태 문제에 고개를 저으면서도 동시에 여성과 의사가 감옥에 가기를 원치도 않는다. 문제는 민주당이 낙태로 인한 양심의 가책에 대해서조차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진다는 것이었다. 그간 민주당이 비판 받았던 부분을 감안하면 힐러리의 발언은 긍정적인 입장 전환이었다. 이것은 분명 민주당에게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존 케리가 당내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던 것과 달리 힐러리는 상당히 호감을 얻고있는 분위기다. 뉴욕매거진에 따르면 아마도 힐러리가 회의 도중 "커피 드실래요?"하고 불쑥 얘기하는 등 신선한 파격을 주기 때문인 듯 싶다. 지난달 조사에서 힐러리에 대한 지지도는 69%로 상승세를 탔다.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원의원 찰스 슈머보다 높은 수치다.
그러나 힐러리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분방하고 야심찬 페미니스트 여성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지역이 아직도 많다. 미국 뿐 아니다.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가 노동당 출신이었다면 그는 결코 총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TV는 힐러리의 이성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얼음공주’로 보이게 한다. 최근 조사에서 힐러리에 대한 반대 여론은 40%에 육박했다. 물론 힐러리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2008년 대선을 미리 진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민주당이 당 이미지를 재고할 때가 됐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힐러리만큼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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